[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1전 11승.
타이거즈라는 이름 아래 써온 찬란한 역사다. 11차례 한국시리즈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불패의 팀이라는 타이틀은 해태에서 출발해 KIA로 이어지는 세월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상대에겐 경외를 넘어 공포심이 들게 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우승팀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호랑이가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켠다.
2024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KIA 타이거즈가 V12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KIA는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7전4선승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도 KIA의 압승이 예상돼 왔던 한국시리즈다.
올 시즌 KIA는 팀 타율 3할1리, 팀 평균자책점 4.40으로 두 부문 모두 10개 구단 중 1위를 차지했다. 팀 타율 부문에선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을 돌파했고,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평균(4.91)을 밑돌았다.
올 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KIA 타자 7명 중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김도영(3할4푼7리) 김선빈(3할2푼9리) 소크라테스 브리토(3할1푼) 박찬호(3할7리) 등 4명이다. 최원준(2할9푼2리) 이우성(2할8푼8리) 최형우(2할8푼) 등 나머지 3명도 2할 후반대 타율을 기록했다. 투수 부문에선 리그 평균 자책점 1위(2.53) 제임스 네일(12승5패)과 KBO 통산 최다 탈삼진 1위(2076개) 양현종(11승5패)이 원투펀치를 이루고 구원왕(31개) 정해영이 뒷문을 지킨다.
상대로 결정된 삼성과의 상대전적도 압도적. 16차례 맞대결에서 12승4패의 절대 우위를 보였다. 안방 광주에선 6승3패였으나, 적지 대구에서 6승1패로 압도적 승률을 기록했다.
KIA는 시즌 전부터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돼 왔다. 막강한 팀 타선과 짜임새 있는 마운드까지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팀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스프링캠프 직전 감독 교체라는 초유의 변수를 만났음에도 이런 전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즌 개막 1주일 만인 4월 초 선두로 올라선 이후 LG에 6월 한때 사흘 간 1위 자리를 내준 것 외엔 줄곧 선두를 지키면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성공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LG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지친 삼성에 비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단기전인 한국시리즈에서 예상과 전력, 전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 장면에서 승부가 갈리며 업셋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온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무엇보다 KIA가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11전 11승 한국시리즈 불패의 역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최대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선배들이 만들어 온 찬란한 역사가 한 순간의 실수로 깨질 수 있다는 중압감이 만만치 않은 KIA다. KIA 관계자는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강팀인 건 맞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입장에선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시리즈 전적이 열세일 때 아무래도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KIA 이범호 감독 역시 "큰 경기에서 상대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똑같은 입장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3년 이후 31년 만에 다시 펼쳐지는 88시리즈. 당시 해태는 삼성에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1승1무2패로 열세였으나, 5~7차전을 내리 승리하면서 V7을 달성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 역사가 반복되길 바라는 KIA. '내면의 적'을 이겨야 비로소 그 문이 열릴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