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리그 지도자 경력 긴 신상우 감독 "여자선수들에 맞는 포메이션"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여자 축구대표팀을 이끌 신임 사령탑 신상우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실업축구 WK리그를 자주 언급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연 신 감독은 "WK리그는 드래프트를 하는데, 1·2차 지명으로 뽑힌 젊은 선수들 가운데 좋은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프로축구 김천상무 코치로 일한 그는 "정정용 (김천) 감독님께 혼날 이야기지만 여자축구 경기를 유튜브로 많이 봤다"며 WK리그 선수들을 꾸준히 점검해왔다고 밝혔다.
정정용 감독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여자축구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는 신 감독은 실제로 WK리그가 익숙하다.
2015년 WK리그 보은상무(현 문경상무) 수석 코치를 지낸 신 감독은 2017년에는 명문 구단이었던 이천 대교 지휘봉을 잡았다.
2017시즌을 끝으로 대교가 돌연 해체되자 2018년부터 신생팀 창녕WFC로 둥지를 옮겨 초대 감독을 맡았다.
지도자 경력의 대부분을 WK리그에서 보낸 것으로, 사실상 'WK리그 출신' 감독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만큼 신 감독은 26일 일본과 친선전에 나설 국가대표 23인 명단에 대부분 WK리그 출신을 올렸다.
23인 가운데 19명이 WK리그 선수들이다. 대표팀의 주춧돌인 지소연(시애틀 레인), 이금민(버밍엄 시티), 이영주(레반테), 이수빈(아이낙 고베)만 해외파다. 이 가운데 이수빈은 올 시즌 중반까지는 화천 KSPO에서 뛴 선수다.
WK리그를 중시하는 신 감독의 방침은 전임 콜린 벨 감독과는 상반된다.
지난 6월 대한축구협회와 결별한 벨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WK리그를 비판했다.
저변이 쪼그라든 한국 여자축구의 '꼭대기' 영역인 WK리그가 리그로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종목 발전의 동력을 내놓는 산실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게 벨 감독의 시각이었다.
벨 감독은 지난 4월 필리핀과 친선을 마친 후 "언론을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을 좋아할지는 모르겠다"며 "젊은 선수가 대체 어디서 나오나? 어디서 뛰나? 왜 16, 17세 선수는 WK리그에서 못 뛰나"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난 WK리그를 손바닥 보듯 잘 안다. 개별 선수, 지도자를 다 안다"며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벨 감독은 지난해 7월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2차전 모로코전에 패하며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해진 후에도 WK리그를 꼬집어 비판했다.
의식주를 다 제공하는 실업팀 체제로 8개 팀이 경쟁하는 WK리그가 선수들의 경쟁심을 키워주는 환경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벨 감독은 "WK리그 대부분 선수가 '우리가 이기면 좋다, 그런데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날을 세우는 태도에 벨 감독은 WK리그를 비롯한 한국여자축구연맹 소속 지도자들과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배턴을 넘겨받은 신 감독의 경우 상대적으로 WK리그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장점으로 꼽힐 수 있다.
신 감독은 남자축구와는 다른 '여자축구만의 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축구관을 토대로 벨 감독 시절 벌어졌던 WK리그와 간극을 좁히는 방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할 걸로 전망된다.
신 감독은 WK리그 선수들을 대거 선택한 이유로 "여자 선수들에게 맞는 포메이션을 입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맞도록 이번 명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자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 여자축구에 몸담으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못할 때 채찍질하기보다 잘할 수 있다고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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