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출장 1위 2천369경기 뛰고도 KS 경험은 아직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강민호(39·삼성 라이온즈)는 2024년 프로야구 KBO 플레이오프(PO)를 시작하며 "강민호 시리즈는 한국시리즈(KS)부터입니다"라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동생들이 약속 지키겠죠"라고 웃기도 했다.
열망하던 KS로 향하는 관문이 이제 단 한 개만 남았다.
삼성은 13일과 15일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PO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3경기 안에 1승만 추가하면 5전 3승제의 PO를 뚫고 KIA 타이거즈와 KS를 벌인다.
모든 삼성 선수에게 KS 진출은 특별하지만, 강민호에게는 더 그렇다.
강민호는 "은퇴하기 전에 꼭 KS 무대를 밟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주장 구자욱, 토종 에이스 원태인 등 삼성 후배들은 "민호 형, 꼭 KS에 보내드려야 한다"고 의기투합했다.
당연히 LG 더그아웃에서는 "강민호 선배의 KS 진출을 저지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 PO를 '강민호 시리즈'라고 부르는 팬도 있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이번 PO는 그냥 PO다. KS부터 '강민호 시리즈'라고 불러달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강민호는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가장 많은 경기(2천369경기)에 출전한 타자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로 뛰면서도 KBO 최다 출장 기록을 썼다.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KS에 출전하지 못한 타자'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도 작성 중이다.
2천 경기 이상 출전한 타자 22명 중 아직 KS 무대를 밟지 못한 타자는 강민호와 손아섭(2천58경기·NC 다이노스), 단 두 명뿐이다.
강민호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2011년과 2012년, 삼성에서 2021년에 PO 무대에 올랐다.
2011년과 2012년에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모두 2승 3패로 밀려 KS 진출에 실패했다.
2021년에는 kt wiz와의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패해 KS 직행 티켓을 놓치고, 3전 2승제로 벌인 두산 베어스와의 PO에서 2패를 당했다.
2004년에 프로생활을 시작한 강민호는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데, 나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KS 무대에 서지 못했다"며 "이제 그라운드에서 뛸 시간이 많지 않은데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나를 KS 무대에 서게 해준다고 했으니, 후배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젊은 선수가 많은 우리 팀이 KS에 진출하면, 구단의 미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꼭 KS에 진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KS에 진출하면 각별한 사이인 최형우(40·KIA)와 우정의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최형우와 강민호는 은퇴를 고민할 때마다 "우리가 좋은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지켜야, 후배들도 오랫동안 선수도 뛸 수 있다"고 서로 달래며, 현역 생활을 이어왔다.
강민호는 "최형우 선배와 KS를 치를 기회가 온 것도, 내게는 좋은 동기부여"라고 말했다.
강민호가 염원하는 KS 진출까지, 단 1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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