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1골 1도움 맹활약…"어린 선수들, 초심 잃지 않고 발전하길"
(용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저는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하는 거죠."
한국 축구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해온 베테랑 이재성(마인츠)의 '축구관'이 녹아있는 말이다.
시원한 슈팅력을 가진 간판 손흥민(토트넘), 정교한 드리블과 킥력을 보유한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비교하면 이재성은 경기 중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화려한 장면을 자주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뿐 아니라 홍명보 감독도 이재성을 전방과 중원의 핵심 자원으로 기용한다.
어느덧 A매치 92경기를 뛴 이재성은 손흥민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이번 대표팀 선수 중 가장 A매치 경험이 풍부하다.
손흥민뿐 아니라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주요 공격수가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 4차전에서는 이재성이 가장 빛났다.
지난 10일 요르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이재성은 15일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3차 예선 4차전(3-2 승)에서는 1골 1도움으로 더욱 활약했다.
묵묵하게 경기장 전역을 누비는 성실함과 왕성한 활동량이 빛난 경기였다.
1-1로 팽팽했던 후반 29분 왼 측면에서 문선민(전북)의 크로스가 수비수에 막혔지만 끈질기게 공을 쫓은 이재성이 다시 공격권을 찾아온 뒤 문전의 오현규(헹크)에게 컷백을 보내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재성은 후반 38분에도 문전까지 올라오더니 쐐기 골을 직접 넣었다.
이명재의 크로스가 앞쪽으로 향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약한 뒤 멋진 다이빙 헤딩골을 만들어냈다.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도 맹활약한 이재성을 언급하며 "이재성 선수의 포지셔닝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재성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평소 활약에 비해 '과소평가'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과소평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라를 대표해 뛰는 것만으로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내가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는 다른 선수의 장점을 경기장에서 펼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소평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성은 "고참으로서 경기장 안에서나 생활 측면에서 솔선수범하려고 한다. 그런 부분이 경기장에서 나타나지 않더라도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선배 역할을 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특히 10월 A매치 2경기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존재감을 뽐낸 게 한국 축구의 최고 성과라고 짚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잡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이렇게 기회를 잡는 모습이 훌륭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어리지만, 실력이 충분하기에 많이 기대된다. 우리 팀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기량 발전을 위해 정진하길 바라는 당부도 전했다.
1992년생 이재성은 2015년 3월 우즈베키스탄과 친선전을 통해 처음으로 A매치를 치렀다. 당시 이재성은 20대 초반으로, 지금 대표팀에 승선한 영건들과 비슷한 연령대였다.
이재성은 "(엄지성, 배준호 등 선수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유럽에서 맹활약하고 있는데,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 기대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재성은 요르단전(2-0)과 이라크전을 모두 잡아 대표팀 사기가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경기력도 정말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3차 예선을 치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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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