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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이 덜 돼 있어 우리도 힘들다" 우천순연의 유불리, '무한 긍정론' 속에 숨은 고도의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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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에 조금 유리해 보였던 2차전 우천 순연.

삼성 박진만 감독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1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박 감독은 "우리도 비가 온 것이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레예스가 하루 더 쉬고, LG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도 경기를 안하다 1경기를 집중해 치르고 나면 면역이 덜 돼 있어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제 선수 때도 그랬다. 그런 면에서 하루 쉬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차전 후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인터뷰도 못한 구자욱과 목 담 증세로 14일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은 류지혁이 컨디션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박진만 감독은 "어제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80% 정도 올라온 것 같다. 어제에 비해 몸상태가 괜찮은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류지혁에 대해서도 "어제 치료하고 나서 많이 좋아졌다. 입술이 부르텄더라. 역시 경기를 안 하다가 오랜만에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의미다. 역시 비는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웃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14일 2차전이 우천 순연 되자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선발도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바로 바꿨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면서 지친 선수단이 꿀맛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2차전 선발을 가장 좋은 카드인 손주영으로 바꿀 수 있게 된 점은 가장 큰 호재. 5차전이 성사될 경우 최원태 대신 손주영을 내보낼 수 있다.

LG 염경엽 감독은 순연이 결정된 뒤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천취소가 됐다. 마침 비가 와줘서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반가워 했다. 전날 1차전을 패한 염 감독은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일단 선발 투수가 바뀌었고, 충분한 휴식 취하고 나가는 엔스도 회복력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에르난데스 빼고 불펜에서 무리한 투수는 없는데, 에르난데스 역시 내일은 2이닝을 쓰는데 무리가 없다. 조금 더 확률 높은 옵션을 가질 수 있게된 점이 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양 팀 사령탑이 애써 유리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고도의 심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제스처다. 매 경기 예민한 가을야구에서 자칫 날씨변수가 선수단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측면이 크다. 사령탑이 불리함을 언급하면 자칫 팀원들이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 무한긍정론으로 애써 위장하는 이유다.

2009년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 조범현 감독이 시리즈 중 "하늘의 기운이 타이거즈를 돕는다"고 공언한 뒤 7차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한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