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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에이즈 걸린 성소수자"…'데뷔 25년차' 유승호, '엔젤스'로 새로운 모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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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유승호(31)가 데뷔 25년 만에 새로운 모험을 떠났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에서 에이즈 판정을 받은 성소수자 역할을 맡아 180도 다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91년에 초연한 새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의 혼돈과 공포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로 빚어낸 토니 커쉬너(Tony Kushner)의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채 차별과 혼란을 겪는 사회적 소수자 5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유승호는 "무대라는 공간이 처음인데, 팬미팅할 때 서긴 했지만 겁이 있던 상태로 올라가서 쉽지 않았다. 첫 공연을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그 이후로는 뭘 먹지를 못했다. 역할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는데, 2회 공연이 끝나고 나니까 식욕도 없어지고 더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웃음). 연극 시작하기 전에 64㎏였는데, 마지막 공연 땐 56㎏까지 빠졌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내가 에이즈 환자 역할이었고, 체중 감량이 여러 증상 중 하나여서, 외적으로 잘 보여질 수 있도록 운이 잘 따라준 것 같다"며 "힘들었지만 좋았다"고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유승호는 극 중 루이스의 연인이자 와스프 가문 출신의 성소수자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소화했다. 그는 "연극에 도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왜 했지?'라고 하면, 나한테 남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또 공연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좋은 동료들을 알게 됐다. 무대 올라가기 전에는 최선의 프라이어를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하고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대사 톤을 볼륨 높여서 해보고 낮게도 해보고, 속삭이면서도 해보고 더 나은 인물을 연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며 "이 계기로 나중에 매체 연기를 할 때도 전보다 더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공연계에서는 '스타 캐스팅'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배우들이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에 유승호는 "일단 연극, 뮤지컬 배우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어떤 배우 분들은 이 공연을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기다리신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했다. 그렇지만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 공연을 마치고서는 '안 틀려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너무 떨어서 이렇게 손발에 땀이 났던 적이 처음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첫 공연은 너무 못했다. 물론 이 무대를 발전의 기회로 삼았던 건 아니지만, 나에겐 남은 29회가 있었고, 어떻게든 관객 분들에게 발전되고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연기적으로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노력한 점도 짚었다. 유승호는 "나와 더블 캐스팅인 손호준의 공연도 보고, 더 일찍 나가서 배우들과 한 번이라도 더 호흡을 맞춰보려고 했다"며 "한 5회 차부터는 무대가 적응이 됐는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이런 걸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 관객들의 호불호 반응에 대해선 "이렇게 미워하실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웃음). 그저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부족한 걸 인정하고 노력해서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했다. 그 당시에는 관객들의 반응이 아프고 슬픈 걸 다 떠나서, 조금이라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앞서 유승호는 송은이의 유튜브 채널 '비보티비'에 출연해 "내 얼굴 느끼하고 금방 질린다"고 망언을 남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는지 묻자, 그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진짜 질린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내 얼굴에 눈썹이 들어간 게 느끼해서 너무 싫다. 근데 누구나 자기 얼굴을 거울로 32년 동안 보면 질리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대해 "여러모로 큰 충격을 준 작품"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에 그는 "내 연기가 스킬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내가 무대에서 이렇게 겁이 많구나' 싶었다. 나는 원래 겁이 너무 많게 태어난 사람이다. 근데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그걸 이겨내도록 도와준 작품이다. 3시간 20분 분량의 어려운 극을 하면서 도저히 즐길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나에게 큰 충격을 줬지만, 고맙기도 하면서 많이 울게 해 준 작품인 것 같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어 파트2 출연 여부에 대해선 "너무 하고 싶다"며 "파트2 대본을 읽어봤는데, 외국 연극을 보신 분이나, 초연 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파트1도 재밌는데 파트2가 더 재밌다.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배우들도 역시 마찬가지 일거다. 나중에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파트2가 진행돼서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승호는 차기작 계획에 대해 "일단 연극에 집중하느라, 다른 작품 대본을 볼 수 없었는데, 그동안 못 본 시나리오가 있으면 정리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작품을 결정하고 싶다. 꼭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뵙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