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니, 데뷔전부터 이런 '촉'을 보여준다고?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를 거치며 '국민 유격수' 타이틀을 딴 레전드다.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만 무려 104경기. 홍성흔(109경기)에 이어 이 부문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대표로도 오래 활약하고,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감독으로는 초보다. 지난해 감독대행 역할을 했지만, 정식 감독은 올해가 첫 시즌이다. 그리고 감독으로의 가을야구도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처음이었다.
박 감독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정규시즌 경기와 비슷한 것 같다. 특별히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기 기자분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만 빼고"라고 농을 치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1차전 선발 라인업부터 파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리즈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경기 테이블세터, 2번타자로 정규시즌 붙박이 주전이 아니던 윤정빈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은 김헌곤이 주전 우익수로 많이 뛰었다.
박 감독은 명확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타격 파트, 전력분석팀과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김헌곤과 고민했다. 김헌곤은 적극적인 유형이다. 반대로 윤정빈은 출루율이 좋다. 중심으로 연결될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김헌곤은 올시즌 타율 3할2리를 기록하며 활약했으나, 출루율은 3할5푼8리에 그쳤다. 윤정빈은 69경기 출전이기는 했지만, 출루율이 3할7푼8리로 높았다.
여기에 이날 LG 선발이 우완 최원태였다. 좌-우 상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보통 감독들은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에버리지가 높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데 박 감독은 달랐다.
그리고 윤정빈이 그 기대에 100% 부응했다. 윤정빈은 1회말 선두 김지찬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분위기가 가라앉으려 할 때 LG 선발 최원태를 상대로 우익선상 2루타를 치며 포문을 열었다. 구자욱의 내야안타가 나왔고, 디아즈의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선취점을 올렸다. 기다리는 상위팀의 1차전, 선수들의 타격감이 떨어지고 이겨야 한다는 긴장감에 몸이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이 모든 문제를 한방에 풀어주는 선취점이 윤정빈 덕에 나왔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윤정빈은 3회에도 선두 김지찬의 안타에 자신도 우전안타를 연속으로 쳐주며 찬스를 이어줬다. 그리고 사실상 이날 경기 분위기를 삼성쪽으로 가져오게 하는 구자욱의 스리런포가 터졌다. 8회에도 선두로 나와 안타를 치고, 상대 폭투 때 다시 한 번 홈을 밟았다.
삼진이 1개 있었지만 4타수 3안타 3득점. 사구도 하나 있어 4출루 경기를 했다. 이 이상 어떻게 잘할 수 있었을까. 완벽했다. 윤정빈 덕에 삼성은 10대4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