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 주변 고라니 500∼600마리 서식
파리 3관왕 임시현도 "돌발상황 좋아해요!"
(진주=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고라니가 출몰할 시 경기를 일시 중단하겠습니다."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양궁 경기가 열리는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
여자 양궁 선수들의 공식 연습이 한창이던 11일 오후 1시쯤, 연병장 스피커를 통해 이런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과녁에서 자기가 쏜 활을 확인하고 삼삼오오 사선으로 돌아오던 선수들은 안내방송을 듣자마자 여기저기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고라니? 고라니래!", "고라니 나오면 어떡해?"
경기 중 예상치 못한 변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대한양궁협회와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공군교육사령부 주변 야산에는 고라니 500∼600마리가 서식한다.
고라니가 언제 어디서 갑자기 출몰할지 모를 일이다.
연병장 주변 일부엔 펜스가 세워져 있긴 하다.
고라니가 펜스가 없는 부분을 통해 연병장에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돌발상황이다.
고라니 출몰 경보를 전해 들은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 김우진(청주시청)도 당황한 눈치였다.
김우진은 "폭우가 내려서 잠시 경기가 멈춘 경험은 있지만, 야생 동물이 나와서 경기를 멈춘 적은 없다"고 돌아봤다.
그는 오히려 "즐거운 변수가 되지 않을까"라며 또 다른 재미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김우진은 "모든 선수가 동일한 변수를 겪는 건 같은 조건이다. 내게만 핸디캡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기면 재밌을 것 같다"고 웃었다.
올림픽 양궁 3관왕 임시현(한국체대)도 "고라니요? 우와!"라며 신기해했다.
임시현은 "예전에 청주에서 열린 대회 도중 고양이 두 마리가 경기장에서 서로 전력 질주를 했던 적은 있다. 경기가 중단되지는 않았다"며 "그땐 선수들끼리 '쟤네 뭐냐'라고 얘기하며 고양이들을 보면서 경기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임시현 역시 경기 중 돌발상황을 바랐다.
임시현은 "그런 서프라이즈 같은 돌발 상황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꼭 (고라니가) 나왔으면 좋겠다. 다들 진지한 분위기인데, 고라니가 나오면 좀 더 분위기가 재미있게 풀리지 않을까"라며 생긋 웃었다.
군부대 내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대회 첫날을 맞아 여자 선수들의 공식 연습 시간이 끝나고 공군교육사령부 군악대의 환영 공연도 이어졌다.
최춘송 공군교육사령관은 선수들을 향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시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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