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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4강전 굴욕, 홍명보호가 되갚았다…침묵에 빠진 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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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없이 요르단 원정서 2-0 완승…클린스만호 0-2 완패 설욕
설영우·오현규 등 젊은 선수 활약 돋보여…황희찬 부상은 악재

(암만[요르단]=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홍명보호 축구 국가대표팀이 2골 차 통쾌한 승리로 요르단에 8개월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 충격패의 아픔을 되갚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요르단과 원정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번에는 요르단이 충격에 빠졌다.
홍명보호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2만5천명을 수용하는 암만국제경기장을 찾은 요르단 관중들은 침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FIFA 랭킹을 보면 한국(23위)이 요르단(68위)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많은 요르단 팬이 이 같은 전력 차에도 진지하게 우리나라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1∼2월 열린 아시안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끈 한국이 두 차례 맞대결에서 요르단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요르단 팬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적대적 응원이 내내 쏟아지는 안방 경기인 데다 우리나라 축구 간판으로 요르단 팬들도 실력을 인정하는 손흥민(토트넘)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여러 현지 팬이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와 놀리는 어조로 연신 '노 손, 노 윈'(No Son, No Win)이라 외치고 떠났다.

자신의 이름을 무함마드라고만 밝힌 9세 소년도 "당연히 요르단이 이긴다. 한국에는 손흥민도 없고, 이전에도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요르단이 자랑하는 원투펀치인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가 출전 명단에서 빠지고, 야잔 알나이마트(알아라비)가 벤치에서 시작하게 됐지만 팬들의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다.
라미 아디시 씨도 경기 전까지만 해도 요르단의 승리를 확신했다.
요르단대학 교수인 아디시 씨는 "알타마리와 알나이마트가 선발 명단에 없지만 그래도 1-0 정도로는 이길 것 같다. 요르단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좋은 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수비수로 위상을 키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이날 출전하는 사실을 안다는 아디시 씨는 "결국 역습이다. 한국의 수비진이 우리 역습을 막을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승리를 기대했다.
요르단 선수들은 이 같은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에 힘입어 사기를 잔뜩 끌어 올렸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홍명보호가 더 강했다.
후반 막판으로 흐르면서 경기 결과가 한국의 승리로 점차 굳어지자 홈팬들의 열광적 응원도 잠잠해졌다. 소리 내서 응원하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기만 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의 마지막을 알린 아시안컵 요르단전 패배는 한국 축구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경기 전날 대표팀의 주축인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 관리·전술 등 총체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내분을 막지 못한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했고, 7월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까지 임시 사령탑 체제로 A매치를 치러야 했다.
8개월 전의 굴욕을 갚은 홍명보호는 요르단전 승리로 몇 가지 이득을 더 챙겼다.
요르단은 3차 예선 B조에서 우리나라와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다투는 팀이다.
3차 예선 1, 2차전에서 나란히 1승 1무를 챙긴 상황에서 치른 맞대결을 잡으면서 적어도 요르단과 경쟁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더불어 자신의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홍명보 감독도 이날 쾌승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요르단에 또 한 번 패했다면 홍 감독을 향한 경질 여론도 더욱 강해졌을 터다.
1992년생으로 선수로서 황혼기가 가까워진 손흥민 없이 까다로운 요르단 원정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한국 축구에 반가운 소식이다.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에 손흥민은 34세로, 은퇴를 결정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손흥민의 골 결정력에 상당 부분 공격을 의존해온 대표팀은 이제 또 다른 공격 경로를 조금씩 개척해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1998년생 풀백 설영우(즈베즈다)가 오른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을 끌어낸 장면이 돋보였다.
2001년생 스트라이커 오현규(행크)도 후반 23분 시원한 오른발 슈팅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한편으로 악재도 따랐다. 손흥민의 자리에 대신 출격한 1996년생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상대의 잇따른 거친 플레이에 경기 시작 23분 만에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