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영국 축구 공신력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BBC'도 답답함을 표출했다. 프리미어리그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역대 최악의 출발을 했지만 모두가 입을 꾹 닫았다. 진작 감독이 잘려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고요하기만 하다.
BBC는 10일(한국시각) '맨유는 왜 에릭 텐하흐 감독의 미래에 대해 침묵하는가'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BBC는 '맨유가 9일 런던 중심부에서 이사회를 열었다. 텐하흐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였다. 회의는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구단주 짐 래트클리프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큰 소동이 있었고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맨유는 텐하흐를 경질할 명분이 충분하다. 부임 초기에 비해 성적이 너무 처참하다. 텐하흐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맨유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6위로 추락했던 맨유를 3등으로 끌어올렸다. 부임 첫 해 리그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맨유의 부활을 이끌 적임자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2023~2024시즌은 2년차 징크스를 혹독하게 치렀다. 프리미어리그 시대 최악의 성적인 8위로 떨어졌다.
올 시즌 초반은 더욱 암울하다. 7라운드까지 쌓은 승점이 고작 8점이다. 2승 2무 3패로 14위다. 6라운드 안방에서 토트넘에 0대3으로 완패를 당하며 경질설에 불이 붙었다. 당시 맨유는 유로파리그 예선 FC포르투전과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애스턴빌라전을 앞두고 있었다. 이 두 경기 결과에 따라 텐하흐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맨유는 두 경기 모두 무승부에 그쳤다.
BBC는 래트클리프 맨유 구단주에게 텐하흐를 아직 신뢰하느냐고 질문했다. 래트클리프는 "그 물음에는 답하고 싶지 않다. 나는 텐하흐를 좋아한다. 나는 그가 매우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맨유 경영진이 여러 측면에서 팀을 가장 잘 운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 맨유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라며 원론적으로 말해 사실상 답변을 피했다.
BBC는 '개막 7경기 승점 8점은 1989~1990시즌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다. 구단이 금방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는 맨유 관계자들은 오히려 왜 이번 이사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공식적인 성명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BBC는 '클럽을 대표해 아테네에서 열리는 유럽클럽협회 회의에 참석 중인 맨유 최고경영자 장 클로드 블랑에게도 의견을 물었으나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텐하흐 감독은 지난 경기 무승부 이후 "외부의 소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 실망스럽고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며 역시 알맹이가 없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자진 사퇴할 의사는 없다는 뜻이다. 텐하흐는 수뇌부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우리는 매우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소통한다"고 했다.
맨유 전임 주장 해리 매과이어는 공개적으로 텐하르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물론 우리는 충분하지 않다. 확실히 더 노력해야 한다. 축구 선수로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팀원들을 탓하거나 스태프 혹은 전술을 탓하기는 쉽다.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순간에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