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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IFF 중간결산] 역대 최초 청불 개막작 '전,란'→울분 담긴 故 이선균 추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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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아시아 최대 축제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다. 역대 최초로 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고, 동료를 먼저 떠나보낸 영화인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가 지난 2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식은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이 진행을 맡았다.

▶"OTT, 그리고 청불"…넷플릭스 영화 '전,란', 제29회 BIFF 포문 열었다

올해 B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제작 발표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심야의 FM'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뛰어난 스태프들과 함께 세련되고 힘 있는 사극 대작을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BIFF가 극장 영화가 아닌, 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 영화를 처음 후보작으로 봤을 때 개인적인 말씀이지만 너무 재밌게 봤다.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년관람불가도 모험이긴 한데, 그것조차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독립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왔는데, 그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대중성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엔 OTT 작품에도 어느 정도 개방돼 있다"고 설명했다.

▶"故이선균을 기억해 달라"…'절친' 조정석·조진웅→'나의 아저씨' 팀, 눈물·분노 가득한 추모

제29회 BIFF 한국영화공로상에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이선균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개막식에서는 고인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부터 고인의 유작인 영화 '행복의 나라'까지 추모 VCR 영상이 상영됐다. 이에 송중기와 이희준, 하윤경 등 동료 배우들은 생전 고인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고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에서는 그의 대표작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기생충', '행복의 나라', '나의 아저씨' 등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를 통해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돌아봤다.

조정석과 유재명은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에서 진행된 '행복의 나라' 스페셜 토크에서 고 이선균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조정석은 "사실 처음에는 너무 슬프고 그랬는데, 그냥 지금은 자주 못 보고 있는 것 같다. 어디에선가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든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고, 유재명은 "잘 버티고 있었는데 저도 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라디오 방송 오프닝에서 '영화는 그리우면 다시 볼 수 있지만, 사람은 그리우면 다시 볼 수 없다'는 멘트가 나왔었다. 저는 선균이가 보고 싶으면 저희 영화를 보면 되니까 선물 받은 것 같다"고 전해 먹먹함을 더했다. 영화 '끝까지 간다' 개봉 10주년을 맞은 조진웅도 같은 날 진행된 스페셜 토크에서 "앞으로도 형을 계속 기억할 거다. 여러분들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눈물로 끝인사를 전했다.

고 이선균의 대표작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 팀도 영화인들의 추모에 동참했다. 김원석 감독은 고 이선균의 죽음과 관련해 "대중은 미디어산업 시대의 강자인데, 그걸 잘 아시는 거 같다.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범죄도 아니고 어떠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황이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박호산은 "동훈아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우린 널 믿는다. 쪽팔릴 것 없어 괜찮아"라고 외치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나의 아저씨' 팀이 남긴 고 이선균을 향한 추모 메시지를 두고 대중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일각에서는 "김원석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이선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대중에게 떠넘기는 게 아닌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동료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의 아픔에 개인적인 추모까지 말릴 수는 없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만큼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OTT, 여전히 극장의 라이벌?"…점점 더 커지는 시리즈의 존재감

지난해에 이어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총 6편의 작품들이 온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넷플릭스는 '지옥' 시즌2를 비롯해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 대만 시리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 등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티빙은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디즈니+는 '강남 비-사이드'로 오픈 토크, GV(관객과의 대화), 야외무대인사 등 다양한 행사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특히 시리즈를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아닌 큰 스크린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6편의 작품 모두 예매와 동시에 GV회차 전석 매진을 달성하며 남다른 화제성을 입증했다. 또한 영화의전당 인근 KNN타워 외벽에는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과 시리즈 '지옥'시즌2의 래핑 광고를 설치됐고, 디즈니+ 는 영화의전당 비프힐 외벽에 '강남 비-사이드' 대형 광고를 내걸어 자사 콘텐츠 홍보에 집중했다.

OTT 작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영화계도 자연스럽게 이들과 공생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OTT는 우리 문화의 중요한 일부가 됐고, 세계 많은 영화제들이 OTT 작품들을 무리 없이 상영하고 있다"며 "최근 전통적인 영화의 영역을 대표해 온 많은 한국 영화인들도 OTT 영화와 시리즈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부산국제영화제도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 창작자들과 관객의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은 OTT 작품을 중요 상영작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BIFF는 폐막을 5일 앞두고, 성공적인 축제 개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래 홍보실장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은 개막작 상영과 함께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야외극장에서 상영하는 오픈시네마 4편이 모두 매진되고 매 회차에 4,000명씩 참가하는 역대급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픈 토크, 야외무대인사, 액터스 하우스, 마스터 클래스 등 준비한 이벤트 또한 모두 매진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년 2주 차에 접어드는 평일에 이벤트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올해는 짧은 영화, 긴 수다와 아주담담을 부활시켜 6일부터 8일까지, 한국과 아시아의 신인감독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액터스하우스의 마지막(6일)은 배우 천우희가 장식하고, 9일에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배우 류준열의 오픈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이외에도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8일까지, 동네방네비프가 10일까지 지속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제29회 BIFF는 11일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폐막작은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합작 영화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이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