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에서 배지 엔지니어링은 비용 절감과 부족한 라인업을 채울 수 있는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서로 다른 두 회사가 협력해 동일한 차량을 서로 다른 이름과 디자인으로 시장에 내놓는 경우다. 이렇게 태어난 차량들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곤 한다.
문제는 배지 엔지니어링이 두 제품을 지나치게 유사하게 만들어 차별화에서 실패하는 경우다. 파워트레인, 기술, 주행 역학 등이 거의 동일하다 보니 외관과 배지 외에는 차이점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혼다 최초의 전기 SUV인 프롤로그 또한 이러한 배지 엔지니어링을 통해 탄생한 차량이다. 프롤로그는 GM의 얼티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원이 프롤로그르 시승하고 장단점을 정리했다.
기본적으로 프롤로그는 쉐보레블레이저와 비슷하지만 몇 가지 변형이 가미됐다. 프롤로그 엘리트 트림에는 85.0kWh 배터리 팩과 288마력의 출력을 내는 듀얼 전기 모터가 탑재되어 있다. 총273마일(약 439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제공한다. 전륜 구동 단일 모터 버전은 296마일(약 476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크로스오버 대부분이 그렇듯 프롤로그의 직선 가속 성능은 인상적이지만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았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반응성이 향상되지만 고속 주행 시에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핸들링도 이 차량의 강점은 아니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성은 초기에는 빠르게 느껴지지만 조향 각도가 커질수록 피드백이 부족해 무거운 느낌이다.
혼다 프롤로그(출처=모터원)
그러나 혼다가 GM 전기차 블레이저와 차별화를 둔 부분은 승차감이다. 혼다 프롤로그는 특별한 스프링과 댐퍼를 사용해 놀라울 정도로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약 2390kg의 차량 중량과 21인치 대형 휠에도 불구하고 이 차량은 가벼운 내연기관 차량보다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자랑한다.
실내 또한 매우 조용하다. 소음 차단 성능이 뛰어나 고속에서도 실내는 마치 속삭이는 듯한 정적이 흐른다. 중간급 트림인 투어링 이상의 모델에서는 가죽 시트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10방향 전동 조절과 요추 받침 기능이 있어 편안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다. 2열의 경우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 덕분에 장시간 탑승해도 불편함이 없다.
혼다 프롤로그(출처=모터원)
프롤로그 대시보드의 11.3인치 터치스크린과 11.0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쉐보레 최신 모델과 동일한 안드로이드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는 혼다가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사용한시스템보다 훨씬 세련된 그래픽과 빠른 터치 반응을 자랑한다. 또한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된다.
다만 이 시스템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물리적인 헤드라이트 스위치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스크린의 구석에 작게 위치한 헤드라이트 토글을 사용하거나 화면을 여러 번 터치해 설정에 접근해야 한다.
모든 프롤로그 모델은 혼다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이 패키지에는 전방 충돌 경고, 자동 긴급 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모니터링 등이 포함된다.
혼다 프롤로그(출처=모터원)
혼다 프롤로그기본형 EX 가격은 4만8795달러(약 6490만원)부터 시작한다. 최상위 엘리트 트림은 5만9295달러(약 7880만원)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포드 머스탱 마하-E가 4만2985달러(약 572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혼다프롤로그는 쉐보레 블레이저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GM의 얼티엄 플랫폼 덕분에 이 차량은 뛰어난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편안한 승차감, 고급스러운 실내, 훌륭한 파워트레인은 프롤로그를 단순한 배지 엔지니어링 이상의 차량으로 만들어 준다.
정리=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