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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했던 9회 대타 삼진' 추신수의 마지막 경기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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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순위 결정전 대타는 성사됐는데, 하필 끝이 아쉽다. 메이저리그 레전드 타자 추신수의 현역 마지막 타석이 이렇게 끝났다.

SSG 랜더스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5위 결정전에서 3대4로 역전패를 당했다. 정규 시즌 공동 5위를 기록했지만, 순위 결정전에서 이기지 못하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2024시즌이 막 내렸다.

1년전부터 현역 은퇴를 예고했던 추신수의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도 함께 끝났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고민 끝에 1년 더 현역 연장을 한 후 은퇴를 발표했다. 이숭용 감독도 그런 추신수를 선수단 주장으로 임명하며 함께 아름다운 피날레를 만들어가는 '라스트 댄스'를 기원했다.

은퇴 시즌에도 추신수는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했다. 4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유지하고, 타석에서도 '리드오프' 역할을 해내면서 변치 않는 가치를 입증했다. 그런데 몸이 말썽이었다.

스프링캠프 막판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고, 크고 작은 부상이 생기기를 반복했다. 손가락 미세 골절 부상을 입기도 했고, 후반기에는 어깨 부상이 집요하게 추신수를 괴롭혔다.

시즌 막판에는 주사 치료를 받으면서도 어깨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제대로 경기에 뛰지도 못했다. 추신수는 계속해서 후배들과 야구장에 나와 타격 훈련을 하고 운동을 했지만, 몸이 마음과 같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끝이 찾아왔다. 9월 10일 이후 20일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추신수는 정규 시즌 마지막날인 9월 30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 대타로 나와 한 타석을 소화했다. 사실상의 마지막 경기였다. 초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며 추신수가 타석에 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관중석에서 추신수의 등장을 지켜보던 아내 하원미씨와 딸 추소희양은 타석에 들어서면서부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추신수는 결국 마지막 타석 내야 땅볼로 물러섰지만, 관중들의 박수와 더그아웃 앞에서 일렬로 도열한 후배들의 인사 그리고 이숭용 감독의 꽃다발과 포옹을 받았다.

SS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추신수의 출전은 쉽지 않아보였다. 그런데 1일 순위 결정전을 앞두고 가볍게 타격 훈련을 소화한 추신수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이숭용 감독은 "어제(9월 30일)보다 훨씬 더 좋아보인다. 타격 훈련하는 모습 자체가 가벼워보인다"며 상황에 따라 대타로 낼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실제로 추신수의 대타 타석이 성사됐다. 그런데 타이밍이 잔인했다.

8회초까지 3-1로 이기고 있던 SSG는 8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고 아쉽게 3-4로 리드를 내줬다. 그리고 마지막 9회초 공격. 오태곤의 안타로 1사 1루 상황. 9번타자 정현승 타석에서 대타 추신수가 나섰다.

추신수는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했다. 2B에서 2구 연속 파울. 하지만 스윙하는 모습 자체가 어깨가 완전치 않은 모습이었다. 불편함을 느끼는듯 했던 추신수는 결국 박영현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팀도 그대로 패배하면서, 추신수의 현역 마지막 타석도 막을 내렸다.

본인이 직접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팀이 가을야구 높은 곳까지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던 '캡틴' 추신수의 서글픈 마지막이었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