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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방뇨에 X진상' 이순재, 89세 황혼기에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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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개소리' 이순재가 첫방부터 망가짐을 불사하는 열연을 선보이며 건강 악화도 극복한 노령의 열정을 보여줬다.

어제(25일) 밤 9시 50분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개소리'(극본 변숙경/ 연출 김유진/ 제작 아이엠티브이)에서는 거제도로 향한 국민 배우 이순재가 자신이 개와 대화할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기상천외한 일들이 펼쳐졌다.

특히 이날 '국민 배우' 이순재가 거제도로 도망치듯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드러나 흥미를 유발했다. 새파란 후배이자 아이돌 출신 배우 현타(남윤수 분)와 함께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순재는 온갖 잔소리와 무시를 퍼부었고, 결국 현타의 요청으로 작품에서 하차하게 됐다. 마침 볼일이 급했던 이순재가 현타의 차량에 노상방뇨를 하는 장면이 팬들에게 목격됐고, 두 사람의 불화설과 더불어 '진상 배우'로 낙인 찍힌 이순재는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도피성 요양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

바다가 보이는 거제의 한 주택에서 머물게 된 이순재는 동네를 둘러보던 중 은퇴한 경찰견 소피와 마주쳤고, 자신이 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이순재에게서 비범한 능력이 발현된 이유가 무엇일지, 개와 소통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앞으로 펼쳐질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순재는 89세로 현역 최고령 배우다. 긴 연기 경력 중에 망가진 캐릭터는 한둘이 아니다. 과거 '대발이 아빠'로 명성을 떨치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나 '야동순재'의 별칭을 얻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대표적인 얘다. 하지만 '개소리'만큼 대중에 인식된 이순재의 캐릭터를 깬 시도는 없었다. 그가 왜 황혼기에 이런 모험을 하게 됐는지는 제작발표회에서 얘기한 소감에 어렴풋이 묻어난다.

이순재는 당시 '왜 이런 파격적인 작품에 응했나'란 질문에 건강 이상을 겪고 오랜만에 복귀하는 즐거움에 대해 먼저 얘기했다.

그는 "작품이 뜸했다. 제안 왔을 때 두 말없이 오케이 했다"면서도 "제목이 이상했다.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최초의 시도다. 애완동물 드라마는 있었지만, 개와 인간이 직접 소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게 처음이라서 흥미있었다. 여성 작가인데 추리력이 강하다. 베테랑들과 같이 해 뒷배도 든든하다.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은데, 다양성을 갖고 있다. '제대로 만들면 물건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용건은 "후반에 이순재 선생님 건강이 안 좋아 많이 걱정했는데 극복했다"며 "극본이 안 보여 큰 종이에 써서 봤다. '이 작품을 해내겠다'는 완고한 모습을 봤고, 귀감이 돼 재무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작품을 잘 끝내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고 이순재의 열연을 극찬했다. 이에 이순재는 "어차피 대사를 다 외워야 된다. 대사를 못 외우면 배우가 아니다. 그래야 드라마가 제대로 된다. 우리는 평생 해온 일이라서 숙달 돼 있다. 글씨를 크게 써서 미리 외워갔다"고 남다른 노력에 대해 전했다.

이렇듯 '개소리'는 이순재의 건강 악화도 극복한 열연에 힘입어 첫 방송부터 성공적인 신호탄을 터트렸다. 1회는 4.2%(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첫 방송부터 성공적인 신호탄을 터트렸다.

퉁명스럽고 다소 고집스러운 이순재가 개와 소통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한 후, 소피의 도움을 받아 소중한 동료들을 위험에서 지켜 내며 조금씩 믿음을 주는 과정이 1회부터 그려지며 앞으로 더욱 쾌감이 느껴지는 스토리를 예감케 했다.

이에 더해 캐릭터와 하나된 듯한 노련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간 이순재, 김용건, 예수정, 임채무, 송옥숙 등 베테랑 배우들의 활약이 더할 나위 없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jyn20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