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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규 감독 "'정신아' 같은 이야기 더 해도 되겠죠?"(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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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작품이 끝나고, 지치고 힘든 우리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준 것, '청룡'이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는 여러모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처음으로 정신병동이라는 공간을 드라마의 주무대로 가져온 시도도 새로웠고, 주인공인 다은(박보영)이 실제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모습까지 그려내면서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깊이가 확실히 있었던 작품"이라면서 엄지를 치켜들기도. 이로 인해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의 영광을 손에 쥔 작품이 됐다.

시상식 후 한 달여 만에 만난 필름몬스터의 이재규 감독은 "전혀 기대하지 않고 참석을 했었다. 전 시상식에서도 받지 못했기에 '이번에도 어려울 거야'라고 생각하고 박철수 대표가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봐 참석했던 자리였다. 저희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는데, 여우주연상을 (박)보영 씨가 받았다. 저도 모르게 '우와!'하면서 환호했는데 그게 어떤 분의 카메라에 잡혔더라. 제가 상을 받더라도 그런 리액션을 한 적이 없었는데, 보영 씨는 파동을 주는 연기를 했기에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너무 기뻤다. 작품상 때에는 '우리는 이제 안 받아도 된다'고 했는데 받아서 너무 좋더라. 상을 받고 이렇게 좋아한 적이 없었는데, '정신아'는 유별난 작품인 것 같다. 좋은 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이 작품, 의미가 있어요. 좋은 드라마예요'하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었나 보다. 유달리 기뻤다"며 당일을 회상했다.

실제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 작품이다. 함께했던 스태프, 배우들도 작품을 촬영하면서 '힐링'을 느꼈다. 이 감독은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던 스태프와 배우들의 단톡방에서도 난리가 났었다. 다른 때에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많지도 않았고, 그냥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좋다는 마음이었는데, '정신아'는 작품상을 받아서 열심히 애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기더라. 되게 소중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오래 두고 하나 하나 꺼내 먹어도, 언제 먹어도 달콤한 풍미가 있는 초콜릿 박스 같은 이야기라서 저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작품인 것 같다. 저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찍으면서도 웃고 울며 치료가 됐다. 자극적인 작품도 물론 좋지만, 편안하고 삶의 잔파동을 다루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정신아'가 그랬고 그 과정들이 소중했기에 다같이 사람들에게 박수받고 칭찬을 받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공황, 강박, 우울, 불안 네 가지의 정신적 질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도 '정신아'가 사랑받는 이유. 그동안 영문을 모르고 느껴왔던 감정들에 대한 시각화는 시청자들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저런 것"이라는 인식도 줬다. 이 감독은 "정신력과 정신병은 무관하다. 몸살기가 있으면 병원에 가든 쉬든 해야 하는데, 이 병은 유독 병원도 가지 않고, 쉬지도 않는다. 원작자도 그런 마음을 알리려고 했던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자기가 불편한 곳은 들여다 봐야 하고, 친구든 가족이든 주변에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아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 것이다. 저도 아팠고, 실제로 공황이 올 것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정신아'를 하면서 치유의 과정이 됐다. 지금은 공황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가도 없어지면서 거의 괜찮아졌다. 예전엔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고, 젊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훈련했고 그렇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서 좀 덜 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계속 죄다 보면 부서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뼈는 부러지면 엑스레이로 보이고, 감기는 목이 부은 게 보이고 수치가 보인다. 그런데 이 병(정신질환)은 여러 검사를 하더라도 그게 참고 자료이지 눈에 보이는 병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이게 이런 상태'라는 것을 근접해서 설명하려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촬영한 장면을 거둬내기도 했다. '너무 갔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극중에서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에 입원을 했을 때 벤치에 앉은 다은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다.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장면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을 공들여 찍었지만, 잘 전달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뺐다. 배우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다은의 경우에는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신도 있지만, 브릿지로 해줘야 하는 신도 많았다. 모든 장면의 80%에 나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보영 씨가 힘들겠구나' 싶었다. 한 번도 힘든 티를 안 냈지만, '보영 씨가 힘들구나' 느낀 장면은 있다. 영하의 날씨에 잠옷을 입고 도로에서 차에 뛰어드는 장면은 정말이지 힘들어보이더라. 그런데도 무서울 정도로 차를 향해 뛰어가니 겁이 나더라. 물론 분리 촬영에 안전거리를 유지했지만, 그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보영 씨는 그렇게 힘들고 지치는 상황임에도 카메라가 돌고 '액션' 사인이 생기면 모든 것을 던진다"며 엄지를 들었다.그만큼 애정이 있던 작업이었기에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이 감독은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하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여전히 불편한 지점이나 마음의 병이 훨씬 많기에 그런 걸 다뤄가면서 여러가지 병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면서 "사회가 정신질환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많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공동연출자와 현장 조감독도 우울증 치료를 받을 때 작품을 만들었고, 저도 3년간 경험이 있었다. '환자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어정신건강실태조사를 보면, 네 명 중에 한 명이 정신장애와 무관하지 않고, 그중 열 명 중에 한 명이 병원에 간다고 하더라. 한국 사회가 특히나 더 그런 것 같다. 정신병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어깨를 두드려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청룡'이 할 일. '청룡'은 이재규 감독과 '정신아'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큰 의미가 됐다.

"이 작품이 사실,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극적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강렬한 갈등을 만드는 소재도 아니었다.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누가 보고 싶어하겠나. 그런데 넷플릭스의 담당 디렉터와 넷플릭스에서 이야기의 진정성을 믿어주고 함께하자고 해줘서 고마웠다.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청룡'에서 '좋은 이야기 했으니 힘을 내, 너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도 네가 믿는 이야기, 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 만들어도 돼'라고 포문을 열어준 것 같다. 용기를 준 그런 의미다. 넷플릭스가 저희를 믿고 밀어줬다면, 끝나고 지치고 힘든 우리 어깨를 청룡이 톡톡 두드려준 것 같은 마음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