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기흥 회장님, 위증에 대해 사과하세요."(박정하 국민의힘 간사) "유인촌 장관님도 사과하세요!"(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간사)
뜨거웠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문체위), 양당 간사간 불꽃 튀는 사과 논쟁이 불거졌다. 24일 문체위 현안 질의에는 이기흥 회장,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A대표팀 감독,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등 체육인 25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한체육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고강도 질의가 쏟아졌다.
정 회장과 홍 감독에게 오전 질의가 집중된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오후 질의에서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극한 대립 속에 '쌍방'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황, 여야 의원의 대리전 양상은 현실이 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전날 강원도 지방체육회 간담회에서 문체부를 겨냥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유인촌 문체부장관님께서 정치집단이라 그러는데 내가 볼 때는 문광부(문화체육관광부)가 괴물이고 정치 집단"이라면서 "(스포츠재단의 경우)현재 국회 등과 논의를 진행중이다.(중략)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도의장한테도 경고를 한 상태"라고 한 발언이 보도됐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정하 의원이 이 보도를 지적하자 이 회장은 "강원도뿐 아니라 다른 시도, 시군구 체육회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다. 정정보도를 요청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이날 오후 회의장에서 간담회 녹음파일을 공개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박 의원이 '위증'을 질타하자 이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이 해당 간담회에서 진종오 의원 등 강원도 국회의원들을 언급하며, 폄훼했다"면서 해당 음성파일도 공개하며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 회장은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인식을 하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도 "이기흥 회장에게 대단히 유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이 위기에 몰린 상황,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간사가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임 의원은 "기사를 보면 이 회장은 유인촌 장관이 대한체육회를 향해 '괴물' '정치집단'이라는 말을 해서 거기에 반박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면서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유 장관님이 전국 체육인을 대상으로 실수했으니 공식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장관은 임 의원을 향해 "선수, 지도자 등 체육인을 향해서 한 발언이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유 장관이 전체 체육인을 상대로 괴물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대한체육회'라는 단체를 향해 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상해졌어'라고 하면 교육부를 비난하는 것이지 전국 교사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억지로 문체부 장관님이 체육인을 모욕한 것으로 보면 국회가 체육인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위기가 격해지는 가운데 전재수 위원장이 현안 질의 속행을 위해 분위기를 추스렸다. 유 장관이 "오해가 됐다면 사과드린다"고 거듭 말하면서 '사과 전쟁'은 일단락됐다.
이기흥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를 결정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파리올림픽 직후 해단식 불발 논란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신동욱 의원이 3선 도전 여부를 묻자 이 회장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전국체전, 국감을 마치고 적정한 시점에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 의원이 "김병철 스포츠공정위원장이 이 회장의 특보 출신인데 공정한 판단을 함에 있어 이해충돌 여지가 없는지" 묻자이 회장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어드바이저 역할이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김 위원장은 이 회장의 특보를 19개월 했다. 3연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독립적인 위탁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파리올림픽 직후 장소 변경 논쟁 속에 무산된 해단식 관련 의혹을 질의했다. 파리올림픽 현장에 온 문체부 고위공무원에게 "'장관 차관이 해단식에 올 경우 인사조치할 것'이라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회장이 사실무근이라고 하자 송윤석 체육협력관을 일으켜 세워 '대질'하는 광경까지 연출됐다. 이 회장은 "지하로 내려가야 하고 짐도 많고 엘레베이터를 타야 해 번거로웠고 당일 진천까지 이동해야 했다"면서 "언론과 선수, 국민들께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국회(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