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V8 엔진은 그 독특한 배기음 덕분에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항상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굵고 깊은 소리는 엔진의 성능과 파워를 상징하며 성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그 소리만으로 명성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V8 엔진이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망스러운 사운드로 자동차 역사에 오명을 남긴 모델들도 여럿 있다. 그렇다면 어떤 차량들이 '최악의 V8 사운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을까?
해외 자동차 미디어 카스쿱스는 가장 먼저 언급할 차량으로 패밀리 SUV에 장착된 V8 엔진을 꼽았다. 2000년대 중반 쉐보레 타호에 탑재된 5.3리터 V8 엔진은 성능 면에서는 무난하지만 사운드 측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V8 엔진이라면 기대되는 짜릿한 배기음 대신 타호의 V8은 조용하고 밋밋한 소리를 내댈형 SUV의 존재감에 비해 부족한 느낌을 줬다. 이는 특히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차량에서 기대되는 V8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퍼포먼스 차량도 예외는 아니다. BMW의 대형 SUV인 X7 M60i xDrive는 4.4리터 트윈 터보 V8 엔진을 장착해 523마력의 출력을자랑했다. 하지만 이 차량 역시 V8엔진에 기대되는 중저음의 배기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일한 엔진을 장착한 BMW M850i xDrive는 훌륭한 사운드를 내지만 X7 M60i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게 대다수의 평이다. 이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3열 SUV라는 차량의 목적에 맞춰 사운드 디자인이 디튠으로 조정되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V8 사운드는 과거머슬카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기간 동안 머슬카 모델은 엔진 출력을 낮춘 V8 엔진을 장착하고 출시됐다. 그 결과 근육질의 디자인과는 달리 성능이 크게 저하됐다. V8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도 함께사라졌다.
성능뿐만 아니라 사운드에서도 기존 V8 매력을 잃어버린 이 시기의 차량들은 당시 머슬카 팬들에게는 깊은 실망을 안겨준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초반의 포드 머스탱이나 쉐보레 카마로같은 머슬카 모델이 있다.
V8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 대한 기대는 배기음 사운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능이 뛰어난 엔진이 장착되었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소리를 낼 때 그 실망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최근V8 엔진은 성능 면에서는 우수하지만 환경 규제와 소음 저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배기음이 많이 억제된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과거 V8 엔진에서 느껴졌던 강렬한 사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지금도 실망스러운 V8 사운드를 가진 차량이 다수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8 엔진은 여전히 강력한 성능과 우렁찬 배기음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자동차 역사 속에서 V8 엔진은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이런 상징성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배기음의 승부라는 얘기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