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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심우정號, "외부영향·치우침" 없는 수사로 신뢰 회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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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앞으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 수장으로서 윤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대부분을 같이 하게 될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의 책무가 막중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검찰 존재가치를 새롭게 증명하고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심 총장의 비상한 각오와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심 총장은 19일 취임사에서 "범죄 수사는 외부 영향이나 치우침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하지만 시의적절한 언급이다. 지금 검찰이 맞닥뜨린 최대의 난제는 바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국민이 공정성의 잣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전·현 정권 관련 사안들에 대해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첫 과제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다. 전임 총장이 종결하지 못하고 넘긴 명품가방 의혹 수사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도 총장 리더십 하에 책임 있고 신속하게 진행하고 결론내려야 한다. 최근 2심 법원이 김 여사처럼 주가 조작에 자신 명의의 계좌가 활용된 '전주' 손모 씨에 대한 방조 혐의를 인정한 만큼 더욱 치밀하고 공정한 수사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4년 넘게 배제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조속히 회복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타이 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도 조속히 실체를 규명해야 할 사건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것도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들 수사에서 편파시비를 극복하려면 심 총장 스스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엄격한 수사지휘를 통해 공정성·중립성 논란이 없는 수사를 진행하고 엄정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심 총장은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조직을 안정화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안고 있다. 검찰을 겨냥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2라운드가 야권을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야권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 심 총장은 조직의 중심을 잡고 일선 검사들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방패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러려면 검찰 스스로 과감히 개혁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심 총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역량을 부패·경제범죄에 집중하고 형사부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향이지만 좀 더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나 처분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관계도 쉽지 않은 숙제다. 이 역시 심 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한 수사' 원칙을 지킨다면 될 것이다.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중추인 검찰이 과연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는 중차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