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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안양초 민방위시설 철거는 누가?…시·교육지원청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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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철거 예산까지 편성해 놓고 뒤늦게 "교육지원청이 철거 해야"
교육지원청 "시설 건립하고 관리해온 시가 당초 약속대로 책임져야"

(안양=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안양시가 43년 전 안양초등학교에 설치한 민방위시설 철거 주체를 놓고 시와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이하 교육지원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시와 교육지원청의 책임 떠넘기기에 학교 후문 조성 공사가 불투명해지면서 안양초 학생들의 통학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시와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안양초 운동장 한편에는 1981년 시가 경기도 예산을 지원받아 건립한 공공시설(민방위 시설)이 있다.
6m 깊이의 지하 1층에 조성된 이 시설은 건축 연면적이 755.4㎡이다.
대피소뿐 아니라 강당이나 체육관 용도로 시와 교육지원청이 공동으로 활용해오다가 2022년 시가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민방위 시설 용도를 폐지했다.
이후 이 시설은 장구교실 등 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로 쓰였고 학생 일부도 해당 시설을 사용했다.
이러던 중 2023년 10월 경기도교육청이 노후한 학교시설을 개선하는 그린스마트스쿨 임대형민자사업을 추진했다.
도내 5개 사업 대상 학교에 안양초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교육지원청은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1월 시에 공문을 보내 안양초 민방위시설 철거를 요청했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의 하나로 민방위 시설이 있는 방향으로 학교 후문을 만들고 시설 위 부지에는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시는 한 달 뒤 "시가 예산을 확보해서 (안양초) 사업에 문제가 없도록 조처를 할 테니 (주차장) 부지 사용 일정을 알려달라"는 공문을 교육지원청에 보냈다.
실제 시는 지난 5월 21일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안양초 민방위시설 철거예산 8억4천800여만원을 편성했고, 이 예산안은 시의회를 통과했다.
시는 올해 11월까지 민방위 시설을 철거하고 내년부터 안양초 후문을 개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일부 시의원이 "교육청 부지에 있는 시설이니 철거도 교육청이 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시는 법적 자문을 거쳐 해당 시설물 관리 주체는 교육지원청이고, 철거도 교육지원청이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또 철거예산안 심의가 있기 열흘 전께 민방위 시설 슬라브가 학교 공사 차량에 의해 훼손돼 무너지는 사고가 났는데 시는 이 책임이 교육지원청에 있다고도 했다.

시 관계자는 "교육지원청 소유 땅에 있는 시설이고 교육지원청이 시설을 사용해왔으니 당연히 교육지원청에 철거 책임이 있다. 더구나 시설을 훼손한 교육지원청이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은 민방위시설은 시가 건립한 뒤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철거 책임도 시에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시가 철거해주겠다고 공문으로 약속해놓고 지금 와서 못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철거예산까지 다 세워놓고 예산집행을 안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와 교육지원청의 책임 공방으로 안양초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양시의회 장명희 의원은 "11월 예정된 민방위 시설 철거가 미뤄지면 안양초 학생들은 내년 1학기에도 후문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내년 3월에는 안양초 학급수가 현재 40학급에서 60학급으로 늘어날 텐데 늘어난 학생들이 정문으로 몰리면 통학 안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의회에서 철거예산을 통과시킨 것은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양 기관의 실무자들이 협의하지 못하면 시장과 교육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edgeho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