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결국 쓰러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게 되는 건가.
또 사고가 날 뻔 했다. 이제 폭염이 끝물이라 생각해 버티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점점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번 주말 프로야구는 폭염과의 전쟁이었다. 전에 없는 무더위.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석인데 한낮 온도가 35도를 훌쩍 뛰어넘는다. 폭염 경보가 쏟아진다.
문제는 야구 주말 경기였다. 혹서기 일요일은 5시 경기였다. 하지만 9월부터는 그게 2시로 앞당겨진다. 예년 9월이면 날씨가 시원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9월에도 폭염이 이어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KBO는 날씨가 시원해진다며 추가 편성 일정을 짤 때 9월 일요일 2시 일정을 고수했다. 심지어 야구 인기에 들어오는 토요일 경기 2시 지상파 중계도 많이 변경, 편성했다. 여기에 추석 연휴는 다 2시 경기다.
지난 주말부터, 정말 더웠다. 곳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14일 부산에서 20여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그 중 2명은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15일도 마찬가지. 광주에서는 약 50여명의 온열 질환을 호소한 팬들이 구장 의무실을 찾았다. 인천에서도 20여명의 환자가 나왔는데, 그 중 1명은 들것에 실려 의무실로 향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팬 뿐 아니라 선수들도 고역이었다. 15일 인천에서 던진 삼성 선발 원태인은 경기 도중 헛구역질을 했다. 더위 때문이었다. SSG 이숭용 감독은 이틀 연속 2시 경기 편성에 "선수들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그리고 심판까지 쓰러질 뻔 했다. 16일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연장 10회초 경기를 진행하던 문동균 구심이 갑작스럽게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결국 정종수 대기심으로 교체돼 경기가 진행됐다. 문 구심은 경기 내내 하도 땀을 많이 흘려, 탈수 증상으로 어지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무겁고 갑갑한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는 주심도 더위에 너무 힘들다. 얼마나 더웠으면 관중들도 경기중 자신들이 구매한 자리를 포기하고, 지붕 밑 그늘로 이동해 경기를 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심판 입장에서 조금만 버티면 1경기를 마칠 수 있는 연장인데, 경기 진행을 포기했다라. 극한의 상황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의무감으로 버텼다가는 쓰러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 쓰러지거나,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거나 한 사례는 없었기에 천만다행이었다. 폭염 속 낮경기 강행,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