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페이백' 의혹과 관련해 추가 횡령 정황이 포착돼 협회가 환수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배드민턴협회의 전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자 태안군배드민턴협회장인 A씨가 '페이백' 물량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을 빼돌렸다가 배드민턴협회로부터 법적 대응 경고를 받고 있다.
A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 중간 브리핑에서 '김택규 회장과 함께 페이백 계약을 주도했다'고 발표할 때 언급됐던 김 회장의 측근이다. 문체부가 공개한 '2023년 지역별 후원물품 배분 규모'에 따르면 10개 시·도에 배분된 총 6353개(약 1억5170만원)의 '페이백' 물품 가운데 충남에 2182개(약 5280만원)가 집중됐는데, 여기서 태안 지역이 4000만원 상당의 물량을 쓸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물품 배분을 쥐락펴락했다가 협회의 내부조사에 발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배드민턴협회도 스포츠조선의 관련 의혹 질의에 대해 시인하고 환수 절차 등 추가 설명을 했다. 문체부가 협회의 '페이백' 관련 업무 자체가 배임·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그 안에서 또 다른 횡령 의혹까지 불거진 것으로,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 셈이다.
협회의 자체 조사 결과, 충남 지역 각 협회에 총 1900타(셔틀콕 12개 들이 1통) 가량이 배분되도록 했는데, A씨가 무려 1000타를 임의대로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1000타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A씨는 태안 협회장이어서 빼돌린 물량을 친한 지역 동호인 클럽에 나눠주는 등 승강제리그 사업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선심쓰기'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페이백' 물품을 승강제리그 활성화 용도로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A씨가 마음대로 사용한 게 드러나서 추궁하니 '할 얘기가 없다'는 등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면서 "가져간 물품에 대한 환수 절차로 내용증명을 발송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 상환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은 민사소송의 전 단계다. 협회는 1차 내용증명 발송에 응답이 없던 A씨에게 두 번째 내용증명을 보낸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별다른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협회가 A씨의 횡령 의혹에 대해 환수 절차를 밟는 등 추상같이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 배드민턴계 시선은 다르다. A씨는 같은 충남 지역의 '김택규 라인'으로 통하는 인물로, 지난해 2월 공모사업추진위원회를 신설할 때 김 회장이 초대 위원장으로 낙점했다. 이번 문체부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페이백' 관련 업무를 주도할 정도로 김 회장의 후광으로 전권을 행사했다. 횡령 의혹이 불거졌을 때 원칙대로라면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정식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패스했고, 별다른 의사결정기구 논의도 없이 올해 초 공모사업위원장을 전격 교체해 그 배경에 의구심을 키웠다.
협회의 한 임원진 관계자는 "분과위원장의 임기는 2년인데, 1년 만에 A씨를 낙마시키면서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면서 "주변의 시선 때문에 환수 절차를 밟고 있지만, 환수받는 것으로 끝낼 일인가. 정식 징계없이 '측근 꼬리자르기'를 한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