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1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리는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 왼손 투수 강세 시장이란 점이다.
드래프트가 가까워질수록 당초 예상을 깨고 왼손 투수들이 가파르게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1라운드 1순위와 3순위가 모두 좌완투수로 채워질 전망.
올시즌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주고 우완 정우주-덕수고 좌완 정현우-덕수고 우완 김태형 순의 1~3위 픽이 정배열로 보였다.
하지만 여름 청룡기 대회 이후 왼손 투수들의 약진이 시작됐다.
덕수고 좌완 정현우는 전주고 우완 정우주를 제치고 전체 1순위를 예약했다. 1라운드 1순위 키움 히어로즈의 첫 선택으로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하다.
당초 키움의 선택은 정우주가 될 것으로 보였다. 부드러운 폼으로 150㎞ 중반대를 쉽게 던지는 고교 최고의 파이어볼러. 하지만 여름을 거치면서 정우주가 아닌 정현우로 선회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현장을 구석구석 살피는 키움 고형욱 단장도 "류현진(한화) 김광현(SSG) 양현종(KIA) 이후 상대를 압도할 만한 좌완 투수가 나오지 않았는데 정현우가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1라운드 2순위 한화 이글스의 선택은 정우주가 될 전망이다. 한화로선 문동주-김서현-정우주로 이어지는 초강력 우완 파이어볼러 트로이카를 구축하게 된다.
전체 3순위 삼성 라이온즈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초 김태형이 가장 앞서 있었지만, 청룡기 대회를 거치면서 광주일고 좌완 김태현이 급부상 했다.
최고 구속 147㎞에 불과하지만 이상적 매커니즘과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직 무브먼트, 강력한 회전수가 빚어내는 직구 구위가 강력하다. 디셉션(숨김동작)까지 좋아 타자 입장에서는 체감 스피드가 더 빠르게 느껴진다. 구종 가치 높은 스플리터와 결합해 탈삼진 능력이 빼어난 투수. NC 다이노스 구창모를 연상케 한다. 제구도 안정돼 있어 프로 입단 시 바로 불펜 투입을 거쳐 선발 육성이 가능한 유망주다.
그런 가운데 봉황대기와 9일 대만에서 막을 내린 제13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예전 구위를 회복한 대구고 좌완 배찬승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2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정현우와 함께 고교 최고 좌완으로 주목받던 배찬승은 3학년 초반 밸런스가 살짝 흔들리며 부진했다. 순번도 살짝 뒤로 밀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150㎞대 패스트볼 구위를 회복하며 톱 랭커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대만 대회에서 150㎞를 넘는 빠른 공과 낙폭 큰 슬라이더로 주가를 높였다. 150㎞ 강속구를 던지는 연고지역 좌투수란 메리트로 삼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플러스 요소다.
삼성이 김태현을 찍든, 배찬승을 찍든 4순위 롯데 자이언츠는 두 좌완 특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완 김태형도 가능한 선택지다.
5순위 KIA 타이거즈는 좌완 강세 시장 속에 김태형이 4번째까지 패스할 경우 김태형이란 특급 우완 선택지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KIA로선 삼성과 더불어 또 한번 1라운드 드래프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구단이다.
비봉고 좌완 박정훈이란 깜짝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1m92, 100㎏의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150㎞를 훌쩍 넘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153㎞ 빠른공에 좌타자 바깥쪽으로 계속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좌우 타자 모두 상대가 가능하다. 와일드한 투구폼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지만 거구에 150㎞를 훌쩍 넘는 좌완 투수라는 성장 잠재력에서 지나치기 아쉬운 매력적인 카드다.
1라운드 하위권에서 주목받는 투수는 세광고 좌완 권민규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부드러운 투구 폼에서 정교한 제구력을 보유한 투수. 1m89 장신의 높은 타점에서 최고 146~7㎞ 까지 뿌릴 수 있고, 구종가치 높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다. 44이닝 동안 볼넷이 단 2개 뿐일 정도의 안정된 투구 밸런스가 '볼 빠른' 유희관을 연상케 한다. 선발로 뛸 경우 140㎞ 초반대 구속이 아쉽지만 기본기가 탄탄해 프로입단 후 몸을 잘 만들어 구속을 끌어 올리면 1군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이 될 선수로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고 있다.
1라운드 픽은 아니지만 대구 상원고 이동영도 주목할 만한 좌완투수다. 140㎞ 초반이지만 볼끝이 좋은 패스트볼과 낙폭 큰 변화구로 게임을 할 줄 아는 투수로 2라운드 이하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라운드 좌완 투수 강세는 현재 프로야구 판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시즌 사상 유례 없는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친 10개 구단은 모두 '윈 나우'를 외치고 있다.
한화 롯데 삼성 등 최근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들은 올시즌을 기점으로 상위권 도약에 나섰다. 유망주를 대거 끌어모은 최하위 키움 조차 내년 시즌을 기점으로 2026시즌부터 대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 픽은 당연히 당장 현재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될 공산이 크다. 주전으로 자리잡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 야수보다 다다익선인 투수, 그 중에서 적어도 원포인트 릴리프로라도 쓸 수 있는 좌완투수가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도영 같은 상위 판도를 흔들 강력한 야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투수 시장, 특히 좌완 주도 시장을 견인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