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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트너'를 보고 느낀 쓸데없는 잡설 [고재완의 전지적기자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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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압도적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단연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연출 김가람)다. 지난 7일 전파를 탄 '굿파트너' 13회는 수도권 16.9%(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16.3%, 순간 최고 20.4%를 기록하며 관계자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광고주들이 보는 지표인 2049 시청률이 5.5%까지 올랐으니 SBS에게는 효자상품임에 틀림없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많으니 이에 편승해 쓸 곳 없는 잡설을 얹어보려 한다.

잡설 하나. '굿파트너'에는 차은경(장나라)이 동료들과 '철길 식당'이라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거나 소주를 기울이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굿파트너'를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동시에 보는 이들에게 자기 반성의 시간도 갖게 한다. 어디서 디자인했는지 모를 이상야릇한 스타일의 커튼에, 성탄절에 꾸며뒀다 치우지 못한 줄조명, 그리고 90년대 분식집에서는 언제나 사용했던 초록색 플라스틱 그릇까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게다.

'굿파트너'가 다른 변호사 드라마와 다른 점은 국내 최고의 로펌 변호사들이 늘 이같이 허름한 노포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로펌 드라마에서는 주로 럭셔리한 바에서 언더록 잔을 기울이는 변호사들이 등장했었다. 저 정도 로펌이면 연봉이 수억일텐데 내가 뭐라고 위스키에 빠졌을까라는 자기 반성 타임.

잡설 둘. 13회는 통쾌함도 컸지만 아쉬움도 컸던 한 판 이었다. 특히 가장 못 봐줄 것이 바로 한유리(남지현) 변호사의 1인 피켓 시위였다. 1인 시위까지는 그렇다쳐도 법무법인 대정 직원들이 한유리를 위해 다같이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은 '훈훈하다'기 보다는 '오글거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90년대 주말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리모컨을 들었다놨다했다.

최유나 작가는 실제 이혼 변호사 출신으로, 작품을 7.8%(이하 전국 기준)로 시작해 최고 17.7%까지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그가 직접 쓴 대본이니 스토리는 현실감이 넘쳤고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초보 작가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차은경의 이혼스토리는 무섭게 몰아쳤지만 그 이후 끝까지 힘있게 끌고 가기는 조금 벅차 보인다. 넷플릭스가 왜 8부작을 고집하는 지도 이해가 간다. 이 시대에 16부작은 너무 멀고 험난하다.

잡설 셋. 천환서(곽시양) 같은 소시오패스적 범죄인이 현실에는 없을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내(박아인) 살인 직전 자신의 변호사를 불러다 놓고, "집행유예가 아니라 무기징역을 받아야지"라고 소리치는 변호사에게 "내변호사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변호사가 아니지. 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는 목격자지. 네 딸도 똑같이 만들어줄게"라고 협박하는 장면이었다.

'변호사도 쉬운 직업은 아니구나'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가족까지 두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무기징역'이 아닌 '15년'을 받은 천환서를 두고, 차은경은 그 15년을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또 15년 후 차은경의 딸은 어떤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할까. 천환서의 15년 선고를 두고 "사법부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한 차은경은 정말 대인배인 듯 하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