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임원 40명의 직무수행 경비만 3억3000만원, 유일한 후원금 2300만원은 대납 의혹."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둘러싼 일련의 의혹과 관련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1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갖고,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 직후 촉발된 협회 관련 일련의 비위 혐의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낱낱이 공개했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를 계기로 문체부 조사단은 파리올림픽 직후부터 제도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상황 점검, 협회 운영실태 등에 조사를 해왔다. 국가대표 경기 일정을 고려해 총 48명의 선수단 중 22명의 의견을 청취했다"면서 "안세영 선수가 말한 단복식 훈련 문제, 후원용품 제한, 국제대회 출전 제한뿐 아니라 국가대표 소집기간 축소. 전략적 국제대회 출전 필요, 협회와 소통 활성화, 지도자, 트레이너 처우개선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선수들의 의견과 언론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확인하고 여론을 수렴해 9월 말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간 조사 내용만 해도 이미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가장 먼저 협회 후원 방식의 적절성과 관련해 이 국장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경기력에 직결되는 라켓, 신발 등에 대해 후원사 용품만을 강제하는 협회는 배드민턴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미국, 일본, 프랑스는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은 사용을 강제하지 않고 덴마크는 신발, 라켓에 대한 권리는 선수 소유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향후 국내외 사례 파악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국가대표 선발방식, 특히 복식조 선발과 관련해 경기력 70%, 평가위원 점수 30%를 감안하는 데 대해서도 "국내 올림픽, 아시안게임 종목중 복식 경기가 있는 12개 종목 조사 결과 11개 종목은 오직 경기력 만으로 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선수단도 단식과 복식은 성격이 너무 달라 별도의 복식 선발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또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과 관련해서 문체부는 "국제대회 출전제한은 선수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수 연봉과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배드민턴 신인선수 계약에서 학력에 따른 연봉 상한 차별(고졸 5000만원, 대졸 6000만원), 지나치게 긴 계약 기간(고졸 7년/대졸 5년/군복무 불포함) 등과 관련 "선수연봉을 하향평준화하고 실업팀의 이익에 부합하는 불합리한 제도로 판단해 실업배드민턴연맹과 각 실업팀이 대안을 마련할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페이백' 부당 집행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페이백' 의혹은 회장과 집행부의 물품 배임 및 국고 유용 의혹이다. 협회가 승강제리그와 유청소년 클럽 i리그 등 국고지원 사업에서 위한 용품(셔틀콕)을 구매하면서 30%의 물량을 '페이백'으로 받아 불투명하게 집행했다는 혐의다. 이 국장은 "협회장과 회장이 임명한 공모사업추진위원장(태안군 배드민턴협회장)이 용품구입업체(후원사)에 대회 물품을 수의계약하면서 직원들 몰래 추가로 후원사로부터 1억 5000만원 상당의 물품(셔틀콕, 라켓)을 구두 계약하고 임의로 배분했다"면서 "3분의1이 회장과 추진위원장 지역으로 배분됐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페이백 문제의 본질은 1억5000만원 후원 물품 추가로 받은 것인데 후원사에서 2023년 2024년에 8억6000만원을 구입하니 추가로 1억4000만원을 더 준 것인데 받은 물품을 아무런 장부 없이 임의로 배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의 주장대로 후원물품을 더받은 것은 계약을 잘한 것이라고 본다 해도 2023년 특정지역, 회장 지역에는 4000만원 이상이 배분되고 제일 적은 지역(경남)은 3만원을 배분했다. 기준이 없다. 이사회나 총회 같은 공식적 기구에서 결정한 바도 없다. 이런 임의적인 사용은 명백한 보조금법 위반이며, 기부 및 후원물품 관리규정은 물론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회 운영 실태와 관련, 문체부 조사결과 공개된 협회의 '모럴 해저드'는 심각했다. 이 국장은 일부 임원이 협회 규정을 위반해 성공보수를 수령한 사례를 조목조목 짚었다. "협회의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고(정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없으며, 자신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특정 법인에 후원·협찬을 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없다(행동강령)는 규정을 위반하고 일부 임원이 협회 '마케팅규정'을 이용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인센티브(유치금의 10%, 실질적인 성공보수)를 지급받은 사례"를 지적했다.
더 놀라운 것은 '2023년 월드시니어대회'의 경우, 전무이사가 현재의 협회 후원사에 스폰서를 요청했고, 후원사가 3억원을 후원한 후 전무이사는 협회로부터 '성공보수' 3000만원을 수령한 후 이 금액이 회장의 후원금으로 둔갑했다는 혐의. 이 국장은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40명 임원이 협회에 후원한 금액은 2023년 결산서에 기재된 김택규 회장의 후원금 2300만원이 유일한데 인센티브를 수령한 전무이사의 개인 계좌에서 회장의 이름으로 대납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협회 임원의 개인통장으로 지급된 직무수행 경비가 약 3억3000만원에 달하며 여기에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논란이 된 해외대회 참가, 항공, 숙박, 식비는 포함돼 있지 않아 이 금액 규모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조사 내용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충분한 상황, 김택규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적용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국장은 "단언은 어렵지만 실무자에게 보고받은 바로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언론에 주로 이슈된 것들 위주로 봤고, 보조금 관련한 사항을 더 보고 있다. 보조금을 잘못 썼을 경우 환수를 받아야 하고, 현행 보조금법에 따르면 환수한 금액의 3~4배까지 제재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 금액이 어는 정도 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아직은 중간 결과라 횡령 및 배임의 규모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 시정 권고의 실효성에 대해 이 국장은 "이미 관내 경찰서에 수사의뢰가 들어온 건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경찰서에 저희 조사내용을 참고자료로 제출할지, 직접 수사를 의뢰할지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스포츠윤리센터로 이관할 사항은 많지 않다. 대한축구협회 감사를 마치고 나서 10월 중 스포츠 리빌딩 플랜을 마련할 때 이번 조치가 실행력을 담보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승강제와 i리그 예산이 각각 7개 종목 237억원, 5개종목 86억원인데 배드민턴은 2개 사업을 다하고 있고, 총42억원을 받고 있었다"면서 "대한체육회를 통해 연맹에 교부되는 구조였는데 이런 문제점이 발견된면 종목 연맹 직접 교부 후 문체부가 직접 관리해야 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416억원을 직접 교부하는 데 이어 종목단체 직접 교부도 검토중인데 이번처럼 대한체육회가 교부해 관리감독한 사업중 문제가 드러나면 문체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있다. 문체부가 내린 시정명령을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부금을 줄 때 불이익 등을 주는 방법으로 실제 권고나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