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개념 찬 국대' 데클란 라이스가 아일랜드전 선제골로 잉글랜드의 승리를 견인한 후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이유, 주장 완장을 받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8일 오전 1시(한국시각) 아일랜드 더블린 아비바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유럽 네이션스리그 조별리그 아일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전반 11분 라이스의 선제골, 전반 26분 잭 그릴리시의 쐐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라이스와 그릴리시 모두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뛴 인연이 있고, 이날 아일랜드 관중은 잉글랜드 삼사자 마크를 달고 뛰는 이들을 향해 야유를 쏟아부었다.
전반 11분 라이스의 골은 2019년 2월 라이스가 아일랜드에서 잉글랜드로 국적을 바꾼 후 거의 5년 만에 이뤄낸 골이었다. 국적 변경 전 라이스는 아일랜드 대표팀으로 3차례 친선경기에 출전했지만 추가 소집 요청을 거절하고 잉글랜드 대표팀행을 결정했었다. 이후 라이스는 아일랜드대표팀이었다면 나설 수 없었을 두번의 유로 결승전과 월드컵 8강행 무대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이전에 대표로 뛰었던 나라를 상대로 절대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면서 그 이유를 감동적으로 설명했다.
라이스는 경기 후 비인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골을 넣은 건 정말 어메이징한 느낌이었지만 세리머니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면서 "저는 아일랜드 가족이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데 제가 세리머니를 하면 그분들께 실례가 될 것같았다. 아버지도 경기장에 계셨다"고 말했다. "분명 골을 넣은 건 기분 좋았지만 다시 경기에 집중해 더 많은 골을 넣도록 노력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버지쪽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아일랜드인이다. 이미 돌아가셔서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제가 골 세리머니를 하는 건 정말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 아버지의 부모님이기 때문에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아일랜드 대표팀, 19세 이하,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고 내겐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라면서 "솔직히 할 말은 없다. 항상 누구나 그렇듯 그들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라이스는 후반 39분 캡틴 해리 케인이 교체될 때 넘겨준 주장 완장도 받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결국 베테랑 미드필더 존 스톤스가 완장을 이어받았다. 이 장면에 대해 라이스는 "해리가 제게 완장을 채워주려 했지만 분명 스톤스가 저보다 더 선배이고 경험이 많다. 그래서 저는 해리에게 존이 저보다 더 자격이 있으니 존에게 주자고 했고 그게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스톤스가 고참이고 해리가 경기에 나서지 않았을 때 주로 주장으로 나섰기 때문에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