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28년만에 패럴림픽 메달 획득을 달성한 한국 휠체어펜싱이 여자 단체전 8강으로 2024년 파리패럴림픽을 마감했다.
권효경(23·홍성군청)과 조은혜(39·부루벨코리아), 백경혜(24·한전KDN)로 구성된 대표팀은 7일 오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8강에서 태국에 42대45로 졌다.
휠체어펜싱 단체전은 개인전(15점·3세트)과 달리 9라운드 동안 45점을 먼저 채운 팀이 이긴다. 단체전에는 최대 4명(주전 3명·후보 1명)까지 참가할 수 있는데, B등급 선수가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 한국은 권효경, 백경혜(이상 스포츠 등급 A)와 조은혜(B등급)로 팀을 꾸렸다.
전날 여자 에페(스포츠등급 A)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1996년 애틀란타 패럴림픽 이후 무려 28년 만에 한국 휠체어펜싱 역사에 패럴림픽 메달을 안긴 권효경이 에이스이자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권효경은 사이수니 자나를 상대로 1라운드 초반 경쾌한 찌르기를 기반으로 한 특유의 '나비검법'을 앞세워 5-2로 리드했다. 그러나 바통을 이어받은 조은혜가 아핀야 통댕에게 찌르기를 잇달아 허용하며 7-10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경기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3, 4라운드에 백경혜와 조은혜가 나서 격차를 좁히려 했으나 태국 선수들의 몸에 제대로 찌르지 못했다. 서로 같이 유효타를 날려 점수가 동시에 올라갔다. 뒤지는 한국 쪽으로서는 불리하다.
결국 '나비검객'이 표연히 나섰다. 권효경은 5라운드에 혼자서 연속 8점을 내며 25-24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혼자서 태국 선수들을 전부 상대할 순 없었다. 이미 개인전 결승까지 치르느라 왼쪽 손목에도 통증이 있고, 내공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끝까지 버티려면 쉬면서 운기조식을 해야 했다.
권효경에게 휴식을 주려고 백경혜가 피스트 위로 등장했다. 태국의 통댕과 빠르게 검격을 교환했다. 하지만 상대는 노련했다. 피하고 찌르기를 효과적으로 쓰며 재역전시켰다. 조은혜가 나서봤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35-40에서 8라운드가 끝났다.
마지막 무대, 급하게 힘을 끌어모은 권효경이 피스트에 등장했다. 혼자 10점을 찌르면 이길 수 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권효경은 42-44까지는 따라갔다. 하지만 태국에 마지막 포인트를 허용하며 아쉽게 검을 내렸다.
그래도 한국 휠체어펜싱은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로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파리에서 아름다운 가을동화 한편을 썼고, 후속작도 예고했다.
대표팀을 이끈 박다영 감독은 "12년 만에 자력으로 쿼터를 따 출전한 대회에서 36년 만의 은메달, 28년 만의 메달이 나왔다. 잘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감격어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서로 하나가 되기까지 참 어려운 시간이 많았다. 성향이 다른 선수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알아가고 양보도 해가며 오른 자리다. 서로 믿고 끝까지 잘 싸워줬다"고 인사했다.
조은혜는 "비록 (단체전) 메달을 안겨드리지 못했지만, 이렇게 크고 값진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휠체어 펜싱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대회였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힘을 얻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백경혜는 "큰 무대에 처음 나섰다 보니 '즐기라'고 하신 분도 많았다. 그런데 즐겨지지 않더라(웃음).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 더 좋을 결과 얻을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낸 권효경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면서 활짝 웃었다. 이어 "이번에 아쉬웠던 점은 한국에 가 더 열심히 운동해서 좋은 결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