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훨훨 날겠다며 왼손목에 나비 새긴 권효경, 첫 패럴림픽서 은메달
(파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36년 만에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금메달에 도전했던 '나비검사' 권효경(23·홍성군청)의 찌르기가 간발의 차이로 은메달에서 멈추고 말았다.
권효경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펜싱 여자 개인전 에페(스포츠등급 A) 결승에서 중국의 천위앤둥(30)에게 6-15로 졌다.
이로써 권효경은 1996 애틀랜타 패럴림픽(동메달) 이후 28년 만에 패럴림픽 휠체어펜싱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됐다.
다만 1988 서울 패럴림픽 이후 다시 한번 노렸던 금메달을 놓친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휠체어펜싱은 1988 서울 대회 때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6 애틀랜타 대회 동메달 1개 이후 6번의 패럴림픽을 치르는 동안 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있었다.
권효경은 준결승에서 헝가리의 아마릴라 베레스를 접전 끝에 15-13으로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사실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권효경이 결승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뛰어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경험 많은 세계 최정상권 선수들에게는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었다.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에페 단체전에서만 동메달을 따냈고, 개인전 3종목(사브르, 플뢰레, 에페)에서는 모두 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권효경의 노력과 일취월장한 실력은 준결승에서 입증됐다.
권효경은 2020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베레스를 꺾고 결승 무대에 올랐다.
결승 상대 천위앤둥은 지난해 항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신흥 강자.
그는 이미 파리 패럴림픽에서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권효경은 공격적으로 임했지만, 천위앤둥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1피리어드를 3-5로 마쳤으나 2피리어드 초반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3분간의 2피리어드 공방이 끝난 뒤 스코어는 4-12가 됐다.
천위앤둥이 7득점 하는 동안 권효경은 1점밖에 얻지 못했다.
패색이 짙었지만, 권효경은 마지막 힘을 짜냈다. 3피리어드에서 동시 득점 후 권효경이 모처럼 제대로 천위앤둥의 혈을 찔렀다. 6-13으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권효경은 더는 추격하지 못하고 두 점을 더 내줬다.
권효경은 선천성 뇌병변 장애인이다.
신체 오른쪽이 불편한 권효경은 어린 시절 내성적인 성격으로 주로 집안에서만 생활했다.
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였다.
그의 인생은 중학교 진학 후 특수반 은사의 권유로 휠체어 펜싱에 입문한 뒤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온 권효경은 국내 최고의 휠체어 펜싱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둔 2022년 왼쪽 손목에 나비 한 마리를 새겨넣었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겠다는 의미였다.
권효경은 나비와 함께 파리 무대를 밟았고, 관중들이 가득 찬 그랑팔레에서 마음껏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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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