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마치 짜맞춘 듯 꼭대기와 바닥이 비슷한 구도다. 1위 강원FC와 2위 울산 HD가 나란히 15승6무8패, 승점 51점이다. 11위 전북 현대와 최하위인 12위 대구FC는 각각 7승9무13패, 승점 30점이다. 다득점에서 순위가 갈렸다.
역대급 순위 경쟁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매라운드 펼쳐지는 곡예비행은 여전히 낯설다. 살얼음판에서 섣부른 기대 또한 금물이 돼 버렸다. 일례로 선두를 달리던 포항 스틸러스가 5연패를 당할 줄 아무도 몰랐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적어도 30라운드까지는 절대 우승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7월 28일 김천 상무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시작한 건 좋은 현상"이라며 태세를 바꿨다. 이후 1승은 물론 1무도 없다.
2주간의 A매치 브레이크에 들어간 K리그1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3일 재개된다. A매치 소집된 선수들을 제외하고 짧은 휴식이 반갑지만 그 시간을 즐길 여유는 없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라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K리그1은 A매치 휴식기 후에는 스플릿 분기점까지 직진한다.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E, ACL2)가 시작돼 울산, 포항, 광주FC 그리고 전북은 더 분주하다.
스플릿 분기점까지 이제 4라운드밖에 남지 않았다. K리그1은 10월 6일, 33라운드를 끝으로 1~6위의 파이널A와 7~12위의 파이널B로 분리돼 5라운드를 더 치른다. 이미 6개팀은 운명이 결정됐다. 강원과 울산은 파이널A, 전북, 대구와 9~10위 대전하나시티즌과, 인천 유나이티드(이상 승점 31)는 파이널B행이 확정됐다. '영원한 우승후보' 전북의 100% 파이널A 기록이 깨진 것도 올 시즌이 낳은 이변 중의 이변이다.
3~5위인 수원FC(승점 48), 김천(승점 47), FC서울(승점 46)은 파이널A의 안정권이다. 마지만 남은 6강 전쟁은 6~8위 포항(승점 44), 광주(승점 37), 제주(승점 35)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나 물고 물리는 상황에서 포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승점 7~9점차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A매치 휴식기가 더 살벌한 이유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30라운드가 분수령이다. 광주와 포항이 13일 정면 충돌한다. 포항이 승리하면 일찌감치 스플릿 전쟁이 막을 내릴 수 있다. 반면 광주가 포항의 덜미를 잡으면 6강 한 자리는 마지막까지 안갯속에 휩싸인다.
'빅매치'는 또 있다. 울산이 13일 강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선두 혈투'를 펼친다. 하지만 A매치 변수가 있다. 울산은 김영권 조현우 정우영 주민규 이명재 등 5명, 강원은 황문기 양민혁과 강투지 등 3명이 A매치에 차출됐다. 물론 강행군을 하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출전은 쉽지 않다. 홍명호는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경기장에서 오만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2차전을 치른 후 소집 해제된다. 태극전사들은 12일 귀국한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인 강투지의 경우 11일 입국한다.
파이널A에선 우승과 함께 ACL 티켓, 파이널B는 서바이벌 전쟁이 벌어진다. 아랫물은 더 처절하다. 최하위 12위는 2부로 다이렉트 강등되고, 10위와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PO)를 통해 잔류 운명이 결정된다. 매라운드 꼴찌가 바뀐다. A매치 휴식기는 재정비의 기회다. 승점을 차곡차곡 쌓는 것 외에 왕도는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