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오늘 경기 많이 부진했네요."
KBO리그 타자 역대 한 경기 최다 삼진 기록은 5개다. 1985년 해태 타이거즈 김무종부터 2023년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까지 총 18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일 정훈(37·롯데 자이언츠)은 아찔한 기록과 마주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정훈은 7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정훈은 두산 선발투수 조던 발라조빅을 상대로 3구 삼진으로 돌아섰다.
4회초 다시 선두타자로 나왔지만 2B-2S에서 역시 발라조빅의 빠른 공에 배트가 헛돌았다. 투수가 이병헌으로 바뀐 6회에도 삼진. 8회에는 두산의 특급마무리 김태연의 직구에 대처를 하지 못하고 또 삼진.
정규이닝 동안 당한 삼진은 총 4개. KKKK 퍼레이드. 끝이 아니었다.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장 10회초 다시 한 번 김택연을 만난 정훈은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1B2S에서 몸쪽 빠른 공에 다시 한 번 방망이가 헛돌았다.
역대 한 경기 최다 삼진 기록(5개) 타이. 공교롭게도 한 타석이 더 돌아왔다.
3-3으로 맞선 연장 12회초 2사 1,3루. 두산은 투수를 박치국으로 교체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박치국은 그동안 정훈을 상대로 총 10차례 만나 안타를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볼넷만 3개. 삼진도 3개 있었다.
정훈이 박치국에게 삼진을 당한다면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삼진(6개)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불명예'는 없었다. 정훈은 박치국의 몸쪽 초구를 그대로 받아 쳤고, 타구는 좌익수 왼쪽으로 향했다. 3루 주자는 홈을 밟았고, 3-3의 균형이 깨졌다. 결국 롯데는 4대3으로 승리했고, 정훈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정훈도 마지막 만큼은 삼진을 피하려는 마음이 간절했다. 경기를 마친 뒤 그는 "오늘 경기 많이 부진했는데, 마지막 타석에서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 끌어모아 집중했던 것이 다행히도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타석에서 끝까지 믿어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7년 만의 가을야구 희망을 조금 더 살릴 수 있었다. 롯데는 시즌 전적 56승3무62패로 5위 KT 위즈(62승2무63패)에 2.5경기 차로 따라 붙었다.
정훈은 "지금 선수단 모두가 지금 한 경기, 한 경기 한국시리즈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베테랑으로서 최대한 팀이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이종서기 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