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정치 휴먼 영화 '행복의 나라'(추창민 감독,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 제작)가 영화 속 숨겨진 디테일을 공개했다.
봉 후 꾸준한 관객몰이로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행복의 나라'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영화 속 디테일을 공개해 흥미를 유발한다.
먼저 돈이 되는 사건만 변론을 맡았던 정인후(조정석)는 10.26 사건 이후 불공정한 재판에 맞서 박태주(이선균)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후 박태주의 아내 옥정애(강말금)와 두 딸이 장례식장을 방문하게 되고, 둘째 딸이 정인후에게 귤 하나를 건넨다. 정인후는 바로 그 귤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결을 지닌 박태주를 이해하고 재판을 넘어 시대에 맞서며 진심을 다해 변론을 이어가게 된다. 박태주 역시 정인후가 건넨 귤을 통해 자신을 위해 애쓰는 변호사 정인후에게 점차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심경의 변화도 느끼게 된다.
극 중 정인후의 여자 친구인 조순정(진기주)이 일본의 한 신문을 읽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신문은 바로 요미우리 신문. 조순정은 정인후에게 합수단장 전상두(유재명)가 권력을 잡을 것을 예측하는 내용을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통해 전달, 그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요미우리 신문은 실제로 대한민국의 권력을 잡게 될 인물을 예측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에서는 전상두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한 소재로 쓰임과 동시에 당시 국내 언론의 편파성 때문에 정인후가 일본 신문을 읽고 있다는 디테일을 살린 장면이다.
전상두는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육군참모총장 정진후(이원종)에게 10.26 대통령 암살사건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밀실에서 헤드셋을 끼고 재판을 도청하고 재판부에 은밀하게 쪽지를 전달한다. 이때 등장하는 헤드셋은 전상두의 권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소품이다. 특히 박태주를 향한 재판부의 최종 선고 이후 전상두는 헤드셋을 벗고 밀실에서 나가는데, 이때는 아무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는 전상두의 심정이 어땠는지 관객들의 스스로 해석하길 원했던 추창민 감독의 의도가 담긴 장면이다.
정인후는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군분투한다. 이 중 가장 큰 미션은 10.26 사건 직후 박태주와 함께 차량에 동승해 이동했던 육군참모총장 정진후를 재판장 증인으로 세우는 것. 정진후는 정인후의 끊임없는 증인 출석 요청에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거절하다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인후를 만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직전,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자성어를 쓰고 있는데, 이 사자성어가 바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이를 발견한 관객들에게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행복의 나라'는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 비서관과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79년 발생한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에 연루된 박흥주 육군 대령과 그를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조정석, 고(故) 이선균, 유재명 등이 출연했고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