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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시승] 지프 첫 EV로 막내 역할까지..도심형 SUV 어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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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0년 전, 소형 SUV 붐이 일었던 때가 있다. 당시 출시된 소형 SUV는 트렌드에 따라 '도심형'을 표방했다. SUV지만 SUV다운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형 SUV 시장이 지루해질 즘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지프 레니게이드였다. 레니게이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피아트 500X와 플랫폼을 공유한소형 SUV지만 '지프답다'는 게 매력이었다. 사륜구동은 물론 험로 주파를 위한 로우 기어까지 갖췄다.

작은 지프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는 국내에도 많았다. 3000만원 초반~4000만원 초반에 이르는 사악한 가격표를 붙였음에도 수입 소형 SUV 판매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까지 지프 브랜드 국내판매량의20% 이상을 레니게이드가담당했다.

레니게이드는 소형 SUV다. 소형 SUV범주에서 보기 드문 사륜구동과 로우 기어를 갖췄지만, 소형차 체급의 한계는명확했다. 레니게이드가 혁신을 멈춘 사이경쟁 브랜드에서는 소형 전기 SUV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이 자동차가 기다려졌다. 지프의 첫 전기차 '어벤저(Avenger)'다.

지프 어벤저는 소형 전기 SUV다. 차체 크기가전장 4085mm, 전폭 1775mm, 전고 1530mm, 휠베이스 2560mm로,레니게이드보다작다. 같은 스텔란티스그룹 푸조 eCMP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차체 크기가 작음에도 엇비슷한 실내 공간을 구현할 수 있었다. 레니게이드에 비해 전장이 110mm가량 짧지만, 휠베이스 차이는 10mm뿐이다.

어벤저 외관 디자인은지프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7-슬롯 그릴과 제리캔 그래픽이 적용된 테일램프가 대표다. 헤드램프의 경우지프 5세대 체로키에서 시작된 분할형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상단 LED 램프는 주간주행등(DRL) 및 방향지시등 역할을 한다. 그 아래가 전조등이다.

어벤저 외관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제원보다 차체 크기가 커 보인다는 점이다. 자세한 수치를확인하지 않고 어벤저를 보면 레니게이드보다 한 체급 위로 보일 정도다.

어벤저는 수평적인 디자인을 대폭 적용했다. 전면에 지프의 아이덴티티 7-슬롯 그릴 디자인과 헤드램프를 하나로 합치면서 전폭이 제원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측면 비례도 안정적이다.

레니게이드는 전장에 비해 전고가 높은 편이라 다소 껑충해 보였다. 어벤저는 레니게이드에 비해 전고가 170mm가량 낮아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다.여기에 벨트 라인까지 한껏 치켜올려역동성까지 겸비했다.

플라스틱 바디 클래딩을 적용해강인한 오프로더의 면모도 놓치지 않았다.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지프의 오프로더 성향도 놓치지 않았다. 진입각 20도, 이탈각 32도를 확보해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에 무리가 없다.

후면 디자인 구성은 심플하다. 테일램프와 지프 엠블럼 그리고 전기차임을 나타내는 푸른색 'e' 엠블럼이 전부다.차명은 1열 도어에 붙어있어 브랜드 막내다운발랄함을 엿볼 수 있다. 어벤저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제리캔 그래픽 내부에는 윌리스 지프의 얼굴을 새겨놨다.

충전구는 운전석 후면에 마련했다. GM, 포드 등 미국을 원산지로 하는 전기차 대다수가 전면에 충전구를 달기 마련인데, 어벤저는 프랑스 푸조의 eCMP 플랫폼 기반이라 후면에 충전구를 갖췄다. 후방주차가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쉬운 점은 충전구를 비추는 별도의 조명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야간에 어두운 충전소를 방문하거나, 역광이 비추는 상황이라면 스마트폰 손전등 기능을 활성화해 충전구를 찾아야 하는 불편이 따를 수 있겠다.

실내 디자인도 외관기조를 그대로 따른다. 수평적인 디자인을 대거 활용하고 있다. 크기가 각각 10.25인치인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마련했다. 공조 장치 조작을 위한 물리 버튼은 눈길을 끈다. 실내 소재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지프 브랜드에서 플라스틱 내장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건 익숙한 일이다.

수납공간은 넉넉하다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면 송풍구 하단으로 잡다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3L가량의 선반식 수납공간, 버튼식 기어 쉬프터 하단으로 7L의 수납공간, 그리고 컵홀더 2개가 들어가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운전자가 가장 자주 활용할 수납공간은 버튼식 기어 쉬프터 하단에 마련된 수납공간으로 예상된다. 수납공간 내부로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12V 시거잭, USB A-타입 및 C-타입 포트를각각 하나씩 마련했다.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차급에 알맞다.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지만, 터치 반응 속도가 준수하다. 또한메뉴 구성을 큰 버튼으로 마련한 덕에 터치 오조작 가능성이 작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유커넥트 5(Uconnect 5)를 적용했다.

순정 내비게이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무선 스마트폰 미러링을 지원해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건기어 쉬프터다.버튼식을 적용했는데, 'P-R-N-D'를가로로 배치했다. 전·후진 혼동 가능성을 소폭 낮췄다. 현대차가 과거 사용했던버튼식 기어 쉬프터는세로로 'R-N-D'가배치돼 운전자가 전·후진을 혼동하는 경우가 잦았다. 적어도 전후진을 혼동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기어 쉬프터 위치가 애매하다. 운전자의 시야에서 가장 가까운 센터 디스플레이와그 다음 가까운 공조장치 조작부를 지나야 기어 쉬프터가 자리했다. 시선을 꽤 아래로 향해야 한다. 시야를 옮기지 않고 팔을 뻗는 거리에 비례해 운전자가 P-R-N-D를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 변속 실수 가능성이생긴다.

1열 운전석 시트는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마사지 기능까지 제공한다. 소형 전기 SUV에 이런 호화로운 기능이 탑재됐다니감회가 새롭다. 마사지 기능은 운전자에게 시원함을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운전 피로도가 쌓였을 때 졸음을 달아나게 하기엔 충분하다.

2열 공간은 불편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지만 넉넉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2열 탑승객을 위한 편의장비는 USB C-타입 포트뿐이다
2열에 키 176cm 기자가 앉았을 때무릎 공간은 주먹 반 개, 머리 공간으로는 주먹 한 개가 들어간다.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앉았을 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아니다. 이는성인 4명이 탈 때의 이야기다. 센터 터널이 올라와서 2열 중앙에 성인이 앉는 건 무리다.

"전기차에 무슨센터 터널?"이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다. 이는 푸조 eCMP 플랫폼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eCMP 플랫폼은 푸조의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전기차로개조한방식으로 개발됐다. 이에 따라 전동화의 이점도 절반만큼 얻게 됐다.

2열 공간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2열 탑승객에 대한 배려도 좋은 편이 아니다. 차급을 고려했을 때 2열송풍구는 기대할 수 없지만2열 탑승객을 위한 컵홀더조차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도어 트림에서도 컵홀더는찾아볼 수 없다. 2열 탑승객이 차량 내부에서 음료를 즐기는 방법은 직접 들고 있는 방법뿐이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321L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321L다.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봤을 때나, 일반적인 짐을 싣기에 알맞다. 트렁크 바닥 공간에는 추가 히든 스페이스가 마련돼 자잘한 짐을 넣기에 적절하다.

321L 적재 용량이 부족할 때는 2열 시트를 접으면 된다. 해치를 가진 자동차가 갖는 이점이다.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완전한 평탄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별도의 프렁크 공간은 없다.

시승 코스는 서울 강남을 빠져나가 남양주 기착지에 들러 다시 서울 강남으로 돌아오는 약 72km의 코스다. 출발 전 배터리는 75%, 주행 가능 거리는 288km를 띄운다.출근길 정체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오전 9시 40분복잡한 강남 도심을 빠져나가야 한다.

강남 골목길엔 유독 차가 많아 비좁다. 비좁은 골목길에서 어벤저의 작은 차체는 장점이다. 하지만 곧 정면에 마주 오는 자동차를 만난다. 큰 도로변에 나가기까지 총 3대의 자동차를 마주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상등을 켜야 한다.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자리한 비상등 버튼을 눌렀다. 소리가 어벤저 외관만큼이나 유니크하다. '둠칫둠칫' 베이스 드럼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최고출력 156마력(115kW), 최대토크 270Nm을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전륜에 탑재했다
이내 큰 도로까지 빠져나왔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전기차답게 경쾌하다. 최고출력 156마력(115kW), 최대토크 270Nm을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전륜에 탑재했다.

주행 모드는 일반적으로 탑재되는 스포츠, 노말, 에코 모드는 물론 셀렉-터레인(Selec-Terrain) 모드까지 제공한다. 샌드, 머드, 스노우 모드까지 총 6개 모드를 갖췄다. 기본이 되는 스포츠, 노말, 에코 모드를전환하면 순차적으로 주행 거리가 10km씩 늘어난다.

에코 모드에서는 주행 및 공조 장치 성능을 제한한다. 에코 모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가속 페달 답력이다. 가속 페달을 50% 이상 밟아야 본격적인 출력이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소형차가 전동화됐을 때 이점 대부분을 어벤저도 얻었다. 경쾌한 가속력과 묵직한 승차감이다. 이점이기도 하지만 신경 쓰지 않으면 오히려 운전자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있다. NVH와 회생 제동 개입량이다.

지프 어벤저는 다행히 둘 다 신경 썼다.노면 소음과 풍절음을 상당 부분억제했다. 1열 및 2열 윈도우에 이중접합유리를 적용하지 않았음에도 높은 NVH를 구현할 수 있었던 건 도어에 덧댄 웨더스트립덕인 것으로 보인다. 회생 제동 개입량도 적절하다. 회생 제동 개입이 부드러운 편이라 멀미를 느낄 탑승객을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점은 디지털 계기판의 활용성이다. 10.25인치디스플레이를 탑재했지만, 내부를 구성하는 그래픽요소는 달라지지 않는다. 중앙에 차량이 구동되는 상황이 나온다.왼편에는 파워 게이지오른편에는 배터리 잔량이 표시된다. 주행 모드를 변경해도 단순히 글자로 표시할 뿐이다. 탑승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래픽 변화나 내부 구성 요소를 다채롭게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출근 시간대 강남을 빠져나가려니 가속과 정차가 반복된다. 이럴 때 반가운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S)이다. 어벤저에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선행 차량과의 차간 거리 유지 및 차선 유지 성능은준수하다. 출퇴근길 등정체길에 사용하기 요긴하겠다.

아쉬운 점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되고 있는 그래픽이 상세하지 않다는 점뿐이다.현재 차량이 어떻게 구동 중인지 표시하는 건 중요하다.이는 파워 게이지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선행 차량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명확히표시해 준다면 운전자가 더욱 안심하고 어댑티브 크즈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비포장길은 가뿐하다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지프 브랜드의 막내 격인 만큼 시승 코스 간 1km가 조금 안 되는 길이의 오프로드 코스가 마련됐다. 오프로드 코스 진입 전 셀렉-터레인(Selec-Terrain) 모드를 '샌드 모드'로 변환한다.전기 모터의 출력을 세밀하게 조절해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력을 최대화한다.

꽤 굴곡이 있는 비포장길임에도 주파하는 데 무리가 없다. 꽤 높은 산까지 올라갔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를 탑재한 덕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며 내리막을 내려온다.
약 72km의 시승 이후 배터리 잔량은 55%, 남은 주행 거리는 190km를 띄웠다
어벤저 구매를 고려하는소비자가 가장 크게 걱정하는 건 단연 1회 충전 항속 거리겠다. 비교적 작은 용량인 54kWh NCM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국내 환경부 기준복합 292km인증이 나왔다. 전비는 복합 5.0km/kWh다.

하지만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300km를 웃도는 주행 거리를 쉽게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72km의 시승 이후 배터리 잔량은 55%, 남은 주행 거리는 190km를 띄웠다. 전비는 13.5kWh/100km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7.41km/kWh다. 환경부 인증을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지프 어벤저
어벤저는 지프 첫 전기차라는 타이틀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정통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브랜드에서 나온 첫 전기차치고 '사륜구동'이빠진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레니게이드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소형 SUV임에도 '지프다움'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어벤저는 반쪽짜리 지프 같달까. 다행인 건 어벤저 4xe가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정통 오프로더'를 원하는 건 아니다. 지프라는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지만, 정통 오프로더에 부담을 느끼고 선뜻 구매하지 못했던 소비자에게 지금의 어벤저는 반가운 선택지다. 사륜구동을 포기함으로써 전기차라는 장르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는'효율성'을 얻었다.

한 줄 평
장 점: 시선을 사로잡는 지프 고유의 디자인과 지프 첫 전기차타이틀
단 점: 전륜 전기 지프..셀렉-터레인 모드를 갖췄지만 오프로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남양주=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