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작품이 인기를 끌면, 그 속에서 강렬한 인상과 깊은 여운을 남겼던 장면의 대사들도 덩달아 화제다. 이 대사는 익살스럽게 패러디되는가 하면, 또 다른 콘텐츠들에서도 인용되는 등 다양하게 파생된다. 이를 보통 '명대사'라고 하는데, 캐릭터와 작품을 상징하는 이 명대사는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의 명대사 '아이시떼루'가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왕따에 시달려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변태적 성향을 보이는 오타쿠 캐릭터 주오남을 단번에 관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열린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도 댄서 크루 위댐보이즈가 오프닝 무대 중 외친 대사도 '아이시떼루'였다. 지난 1년간 쏟아진 수많은 국내 스트리밍 콘텐츠 중에서도 '아이시떼루'는 가장 강렬한 명대사였던 셈이다.
여기에는 이 '아이시떼루'를 더 돋보이게 감정 표현, 목소리 톤, 몸짓 등 연기한 배우 안재홍(38)이 있다. 캐릭터 주오남의 핵심적인 순간을 극대화했기에, 단순 대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한 것이다. 특히 안재홍의 애드리브로 나온 대사라는 점에서, 안재홍이 '주오남 그 자체'라는 평가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실제 '마스크걸' 공개 당시, 파격적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안재홍의 은퇴작이냐'라는 기분 좋은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수상 결과도 마찬가지다. '아이시떼루'로 문을 연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 역시 '아이시떼루'의 안재홍이었다. 대중도 당연한 결과라며 '역시 이변 없었다'고 입을 모은 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 안재홍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가슴 뜨거웠던 그날을 다시 회상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결과를 알려주시지 않더라(웃음). 너무 상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앉아 있으면 못 받을 경우 괜한 실망감을 가지니, 그러고 싶지 않아서 정말 기대를 안 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고 영광스러웠다. 정말 많은 분을 한자리에서 뵙고, 축하와 박수를 보내는 자리가 얼마나 크고 영광스러운지, 며칠 지나니 그 감정들이 더 훅 들어오더라."
그러면서 당시 위댐보이즈가 오프닝 무대 중, '아이시떼루'를 따라한 것을 먼저 언급했다.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너무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제 장면을 재구성해 페스티벌을 열어주셔서 무척 영광스럽더라. 이 기회를 빌려 위댐보이즈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처럼 여전히 화제인 '아이시떼루' 대사에 대해서는 "촬영할 당시에는 이 장면이 회자가 되거나, 유행어가 된다거나, 그런 작품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온에어가 되기 직전까지도 몰랐다. 그렇게 사랑받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는 감히 예상도 못 했고,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축하 무대로까지 꾸며질 정도로, 이 장면과 대사가 많은 분의 가슴에 남는 장면이 됐다니.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순간이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수상 소감에서 '아이시떼루'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다. 이에 멋쩍게 웃은 안재홍은 "조금 더 담백하고 진솔하게 전하고 싶었다. '아이시떼루'를 말한다고 해서,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와 함께한 '마스크걸' 팀에게 감사를 정말 진실되게 전달하고 싶었다. 김용훈 감독님 이하 모든 제작진분이 얼마만큼 이 작품을 치열하게 완성했는지를, 참여한 배우로 느꼈었다. 그분들에 대한 존중을 가장 먼저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상자로 호명된 후 무대에 올랐을 때, 김 감독을 가장 먼저 찾은 것 역시, 김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것이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주오남 역할을 제안해 주셨다는 자체부터, 저에겐 이 드라마가 시작됐다. 처음 제안받아 감독님을 처음 만난 순간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감독님도 새로운 것에 대한 집념이 있고, 저도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마음이 있는데, 그 시너지가 잘 난 것 같다. 그래서 저도 그날 무대에 올라서 감독님이 어디 계신지를 먼저 찾았다. 김 감독님도 '마스크걸'이 작품상 후보에 올라 현장에 오셨는데, 다행스럽게 금방 눈에 들어왔다. 말하면서 감독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그때 감독님 리액션이 카메라에는 안 잡혔는데, 감독님이 박수를 쳐주시면서 저를 향해 손을 들어주셨다. 이 순간이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뭉클하다."
이처럼 여러 동료와 즐겼던 축제를 돌이키기도 했다. "청룡시리즈어워즈 현장이 근사했다. 리셉션장도 있고, 블링블링한 느낌이었다. 다른 시상식과 다른 느낌이었는데, 테이블로 팀들끼리 모여 앉아서 즐거웠다. 옆 테이블에 'SNL 코리아' 분들이 계셨는데, 한자리에 계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리고 제가 수상자로 불렸을 때, 옆에 계시던 염혜란 선배님이 가장 먼저 축하해주셨는데, 참석자들이 친밀하게 앉아 있으니 더 진심 어린 축하를 받은 것 같더라. 정말 축제 같은 분위기라, 부담 없이 즐기고 왔다. 다른 부문들 보면서 수상을 짐작도 해보고 그랬다. 또 보면서 '정주행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크라임씬' 영상을 보면서 재밌겠더라. 덕분에 보고 싶어졌다."
'LTNS', '닭강정', '킹덤2', '응답하라 1988' 등으로 인연을 맺었던 이들도 이날 현장에 함께 했었다. "'LTNS' 같이 작업했던 이솜 배우도 같은 테이블에 있어서, 누구보다 축하해줬다. 류승룡 선배님도 '닭강정'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더 반갑더라. '킹덤2' 박인제 감독님도 '무빙'으로 오셨는데, 시상식 끝나고도 축하를 해주셨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의 동휘 형이 전년도 남우조연상이라 시상을 했는데, 형에게 상을 받아서 더 따뜻했다. 형도 너무 축하한다면서 포옹해 주더라. 또 같은 남우조연상 후보였던 (김)성균이 형과, (류)준열이도 반가웠다(웃음)."
스트리밍 콘텐츠 시상식에서 많은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안재홍이 스트리밍 콘텐츠와 궁합이 좋다는 것도 방증한다. "OTT 작품들과 케미가 좋다는 것은 사실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듣고 보니 영광스럽고 행복하다. TV 드라마에서 OTT 시리즈물로 확장되는 시점에서, 장르적인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장르적 작품에 저를 캐스팅해 주시고,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스럽다.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과 캐릭터들도 정말 생생하고 생기있게 잘 그려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는 안재홍이 계속해서 도전적인 작품과 파격적인 캐릭터를 시도하면서, 연기 범위를 넓혔기에 따라오는 영광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재홍은 '새로움'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연기를 잘 해내고 싶은 배우로 진정성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얼굴, 캐릭터, 연기에 대해서는 배우로 굳은 마음이다.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마냥 자극을 위해, 다른 것들을 하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물과 캐릭터의 연기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생생하게 구현하고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지, 다른 진폭으로 다르게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다. 그런 마음에 대해서는 혼동이 없다."
안재홍의 확신에 찬 연기 신념을 듣고 있으니, 왜 대중이 그를 '아이시떼루'하는지 수긍케 한다. 이번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마스크걸'로 많은 상을 받았지만, 향후 커리어에서도 '배우로 진정성'은 역시였다. 새로운 수상 목표보다는, 이 상을 발판 삼아 더 연기를 잘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안재홍이 앞으로도 작품의 리얼리티와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 대중과 깊은 교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청룡의 해에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상을 받아, 굉장한 축복인 것 같다. 이 상이 주는 의미를 마음속에 잘 담고, 이 좋은 기운으로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시간을 잘 쌓아나갈 수 있도록, 저만의 길을 걸어 나가겠다. 물론 수상을 하게 되는 것은 이처럼 저에게 있어서 특별한 일이고, 어마어마한 행운 같은 일이다. 하지만 제가 연기자로 할 수 있는 것은 연기를 잘 해내는 것이고, 그게 가장 뚜렷한 목표라, 그러길 바라고 그러길 위해서 지낼 것이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