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3주 간의 휴식 뒤 나선 복귀전, 첫 타석부터 아치를 그렸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1군 복귀 축포를 터뜨렸다. 최형우는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전에서 1회말 2사 1루 첫 타석에서 우월 투런포를 터뜨리며 팀의 10대4 대승에 일조했다.
우측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3주 가량 쉬었던 최형우는 복귀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상태. 지난 23~25일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출전해 감각을 조율했다. 마지막 출전이었던 25일 함평 두산전에선 비거리 130m의 우중월 홈런으로 '무력시위'를 했다. 소식을 접한 이 감독은 "좀 더 일찍 부를 걸 그랬나보다. 여기서 쳤어야지"라고 농을 친 뒤 "경기 후 통화해보니 '통증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며 "다음 일정부터 합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SSG전을 앞두고 콜업이 확정됐다.
첫 날 첫 타석부터 터진 기분 좋은 홈런. 그런데 이 기록은 삭제될 뻔 했다.
KIA가 4-0으로 앞서던 4회말 무사 만루에서 굵은 비가 쏟아졌다. 30여분 간 비가 세차게 내렸고, 노게임 우려도 점점 커졌다. 다행히 55분 만에 경기가 재개됐지만 언제 또 비가 내릴 지 알 수 없는 상황. KIA가 4회말 6득점 빅이닝을 만들었고, 5회초 SSG가 박성한의 만루포로 추격하는 등 주고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SSG의 6회초 공격이 시작되려던 순간 다시 굵은 비가 내렸고, 그렇게 중단된 승부는 결국 강우콜드게임으로 마무리 됐다.
최형우는 "첫 타석에서 이렇게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런게 말도 안되게 타구가 넘어갔다"며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이 1군 복귀 첫 날 첫 타석에 홈런을 쳤다며 '영화같이 산다'고 하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삭제될 수 있었던 홈런, 누구보다 간절했다. 최형우는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홈런 친 날 비가 온적이 없었다. (복귀 첫 타석 홈런을 쳤는데 노게임이 될 수도 있다보니 승리를 앞두고 노게임 선언되는) 투수들 심정을 알겠더라"며 "(경기 재개 후) 타자들이 계속 치더라. '빨리 이닝이 끝나야 되는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도하는 심정이었다"고 껄껄 웃었다.
이날 2타점으로 최형우는 시즌 95타점째를 기록했다. 2020년(115타점) 이후 4시즌 만에 100타점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때 리그 타점 부문 1위를 달리다 부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최형우는 "솔직히 1등보다는 100타점을 채우고 싶어 돌아왔다"며 "타점 1위는 크게 바라지 않았지만, 100타점은 이제 거의 다 왔으니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이날 홈런으로 2020시즌 이후 4시즌 만에 다시 20홈런에 복귀한 것을 두고도 "의식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 나이에도 힘이 있구나' 생각하니 기쁘더라"고 미소지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