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고아성(32)이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통해 또 한 번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발휘할 예정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잠 못 드는 밤',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고아성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촬영했다 보니 그때그때 제 모습이 담기는 걸 의미 깊게 생각을 했다. '한국이 싫어서'도 수년간 직장 생활을 해온 지친 청춘의 얼굴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다"며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리뷰를 다 찾아볼 만큼, 너무 기대를 하고 있었다.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들인 작품이기 때문에 개봉을 앞두고 설레었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고아성은 지난해 개최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장건재 감독을 비롯해 배우 주종혁, 김우겸 등과 참석해 야외무대인사 및 기자회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인 일정 중 천주골 골절을 당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너무 속상했다. 부상을 당한 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까 천추골 골절이더라. 천추가 '천추의 한'이다 할 때 그 천추다. 왜 '천추의 한'이라는 말이 붙여졌는지 알 정도로, 너무 아파서 빨리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전치 12주였는데, 두 달 가까이 입원을 하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참에 집중을 하자는 마음으로, 차기작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완전히 100%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고 털어놨다.
지난 2020년에 '한국이 싫어서' 시나리오를 받았던 고아성은 "감독님이 처음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수정이 35고였다. 보통 시나리오를 많으면 5고에서 10고 정도 수정을 하시는데, 그걸 보는 순간 감독님이 각색하시는데 힘드셨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35고 수정하시면서 힘드시지 않았냐'고 여쭤봤는데, 그렇지 않다고 오히려 재밌었다고 말씀하셔서 신뢰를 가지고 연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개봉하고 나서, 주변 지인들에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의 영화가 들어왔다고 말했더니 '너는 유관순인데 한국이 싫으면 어떡하냐'고 하더라(웃음).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을 잘해서 자랑스러운 인식이 있었다. 매년 시기마다 제목이 주는 감흥이 다른 것 같다. 최근에는 올림픽을 열심히 보고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나는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들고 나와야 하는데 어쩌지'라고 고민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원작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고아성은 "작품 제안이 들어왔다는 소식만 들었을 때, 마침 서점 근처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책을 사서 읽고 너무 재밌어서 다 읽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영화적인 부분이 이런 거구나 하고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소설을 시나리오보다 하루 일찍 읽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었을 때 계나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아성은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 제 페이스가 뭔지 알겠더라. 딱 이것보다 더 하면 지치겠다 싶을 때 바로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열심히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오래 일하는 걸 목표로 삼고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관객의 반응에 대해선 "어떤 관객 분이 '고아성 나오는 영화는 믿고 본다. 내 취향을 귀신 같이 고른다'고 리뷰에 써주셨더라. 제가 직접 그분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 취향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커가는 모습을 관객들이 지켜봐 주셨기 때문에 왠지 모를 근거 없는 자신감과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며 "제가 여자 원톱 영화 수익률 1등이라고 하더라. 작은 영화도 많이 촬영하다 보니 수익이 났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