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심하게 당황한 임시완(36)은 처음 봤을 정도. 그야말로 '동공지진'에 '찐 반응'이었던 수상소감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임시완도 자신의 그런 모습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손에 쥔 남우주연상의 트로피는 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졌다.
수상 3주가 지난 뒤 스포츠조선과 재회한 배우 임시완은 당시를 돌아보며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사실 안이한 생각이었다. 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낮다고 생각해서 '한 번쯤은 준비를 안 하더라도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가 (하)정우 형이 내 이름을 부르는데 '망했다' 싶었다. 진짜 준비를 안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싶었다. 이래서 꾸준함이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당황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던 수상소감이기에 이를 들은 팬들의 반응도 다양하게 나뉘어졌다. '이런 임시완은 처음 본다'는 팬들의 반응이 이어졌고 본인도 자신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고.
임시완은 "몇 주간 정말 스스로 자책도 하고 반성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긴 말이 필요없이, 그곳에 계셨던 배우들과 감독님들,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고, '다음부터는 꼭 준비를 하고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내가 나의 마음에 반하는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시작부터 '큰일났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몇 주간은 정말 숨고 싶기도 했고, 이불킥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흑역사를 생성한 것에 대해서도 낯 부끄러웠고, 너무 부족한 내가 그런 준비가 안 되면 바로 실수를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심지어 팬들은 실제의 나보다 더 이상적으로 바라봐주는 것들이 많은데, 사실 나는 부족함 덩어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것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임시완은 '스마트', '철두철미' 등 냉철하고도 이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자 배우. 그동안 대중에게 비춰졌던 모습들을 벗고 '소년시대'의 장병태를 선택한 것은 대중이 바라보기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임시완은 수상소감에서도 "사회적인 역할극에 있어서 방황하는 순간이 있을 때 '소년시대'를 만나게 돼 명쾌한 해답을 찾았다"는 단호한 언급을 할 정도로 확고한 선택을 자신했다.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듯, 요즘 어떤 딜레마를 가지고 있었는데, '소년시대'가 해답을 줬다. 사회 속에서 이 사람에게, 또 저 사람에게 결국엔 역할극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배우)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사실 내가 만나는 분들은 나보다 다 선배님이기에 내 역할이 명확했다. 가이드라인을 듣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 그런데 어느덧 이 일을 하다 보니,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었다가 한 두 분씩 나를 잘 한다고 해주는 분들도 생기고, 나를 대단하게 생각해주는 후배들도 생기니 그때부터 내 역할극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들을 부정하며 지내야 하는지, 아니면 이상적인 모습을 쫓기듯이 따라가야 하는지 딜레마가 생겼다. 물론 답은 여전히 못 찾았지만, 열심히 해 나갈 뿐이다. 그러던 중 '소년시대'의 찌질이 장병태를 열렬히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저 모습이 나의 본 모습이야. 투영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잊지말자. 나의 본 모습은 저런 찌질이, 찐따 같은 모습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그런 모습을 기저에 깔고 생활하고 이 직업에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해답을 찾았다."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소년시대'는 임시완의 인생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 데뷔 14주년에 셀 수 없이 많은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택들로도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특히 '해를 품은 달'로 시작, '미생'에 영화 '변호인', '비상선언' 등에서도 늘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소년시대'에서는 그간 본 적 없던 사투리에 찌질한 임시완의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줬다. 임시완은 "'소년시대'는 응원받을 수 있는 준비를 잘 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도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완벽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겸손하게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꾸밈없이 드러내는 게 멋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었다. 내 수상 역시 응원을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이 길로 뼈를 묻고 승부를 보겠다"는 임시완은 그가 손에 쥔 '청룡' 트로피를 보며 "실제로 만나는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이 '소년시대' 이야기를 여전히 많이 해주고 있다. 재미있게 잘 봤다고 해주는 그런 응원들이 남우주연상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모두의 에너지가 모여서 '소년시대'의 특유의 에너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색다른 것, 끌리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나아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임시완의 다음 행보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글로벌 행보로 돌아올 임시완의 앞날 역시 기대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