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호흡이 긴 시즌은 인생처럼 춘하추동이 있다. 계절만 다를 뿐이다. 강팀은 겨울이 짧고, 약팀은 길다. K리그1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두 팀은 돌풍의 강원FC와 FC서울이다.
두 팀은 나란히 4연승 중이다. 강원은 선두권에서 부정할 수 없는 존재로 우뚝섰다. 더 이상 '설마'는 없다. 시도민구단 사상 최초로 K리그1 첫 우승을 노릴 정도로 기세가 무섭다. 가장 먼저 승점 50점 고지를 밟은 강원은 15승5무7패로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2위 김천 상무(승점 46)와의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져 사정권 밖의 선두다. 적어도 이번 라운드에선 1위는 바뀌지 않는다.
서울은 반환점 돌기 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다 이번 시즌 서울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도 고개를 떨궜다. 정확히 6월 16일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상대는 울산 HD였다. 서울은 원정에서 전반을 0-2로 끌려갔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후반 반전이 일어났다. 일류첸코의 멀티골을 앞세워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이후 8승2패를 기록 중이다. 현재의 위치는 6위(승점 42)지만 3위 울산(승점 45)이 지척에 있다. 강원과의 승점 차도 8점에 불과하다.
강원의 독주냐, 서울의 추격이냐. 그 갈림길에서 두 팀이 정면 충돌한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 28라운드의 최대 격전지는 상암벌이다. 서울은 24일 오후 7시30분 강원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상대전적부터 살펴보면 서울이 강원에 최근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다. 올 시즌도 두 차례 대결에서 1승1무로 우세하다. 강원으로선 시험대다.
서울은 여름이적시장에서 알찬 보강으로 '우승권 전력'으로 급상승했다. 강현무가 지키는 골문은 더없이 든든하다. 요르단 국가대표인 센터백 야잔을 통해 아킬레스건인 수비가 강화됐다. 최전방에는 루카스가 있다. 그는 지난 라운드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첫 술에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원의 힘은 현재의 위치가 말해준다. 야고가 울산으로 떠났지만 코바체비치가 새 킬러로 등장했다. 강원은 지난 라운드에서 광주FC에 0-2로 뒤지다 3대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코바체비치가 헤더로 멀티골(2골)을 기록했다. 그는 K리그1 4경기에서 벌써 3골을 터트렸다. 헨리도 이날 K리그 데뷔골을 결승골로 장식했다. 토트넘행을 예약한 8골-5도움의 양민혁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10골-6도움의 이상헌을 비롯해 황문기 강투지 등도 늘 제몫을 한다.
강원은 올 시즌 두 번째, 서울은 2016시즌 이후 8년 만에 5연승에 도전한다. 결과에 따라 선두권은 물론 6강 전쟁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랫물인 '꼴찌 전쟁'도 역대급이다. 9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28)와 최하위인 12위 전북 현대(승점 26)의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다. 그 사이에 승점 27점의 대전하나시티즌과 대구FC가 있다. 다득점에서 앞선 대전이 10위, 대구는 11위다. 지난 라운드에서 대전, 대구, 전북이 모두 승점 3점을 챙겼다. 대전과 전북은 극장승을 연출했고, 대구는 김천을 3대0으로 완파했다.
권창훈이 '지각 데뷔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신고한 전북은 24일 오후 7시30분 원정에서 인천과 격돌한다. 승리하며 적어도 12위에선 탈출한다. 인천은 수성이 1차 과제다. 대구는 같은 날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에서 4위 포항(승점 44)과 격돌한다. 대전은 25일 오후 7시 김천종합운동장에서 김천과 맞닥뜨린다.
울산, 포항, 7위 광주(승점 37), 8위 제주(승점 32)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4개팀은 21일 코리아컵 4강 1차전을 치러 체력적인 부담이 있다. '3연전의 운명'인 울산과 광주는 코리아컵에 이어 25일 오후 7시 K리그에서 두 번째 대결을 벌인다. 코리아컵 첫 대결에선 울산이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번에도 무대는 광주다. 제주는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 5위 수원FC(승점 44)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제주와 포항은 1차전에서 2대2로 비겼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