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유망주는 넘쳐난다. 가치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땡처리할 수 있다'
큰 기대 속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입단한 '고교특급' 양민혁(18)의 앞날에는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게 아니다. 오히려 냉혹한 경쟁의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만큼 경쟁은 K리그와 비교할 수 없이 치열하다. 자칫 경쟁의 계단에서 밀려나면 그대로 끝이다.
좋은 본보기가 나왔다. 한때 토트넘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주드 순섭-벨(20)이 양민혁의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미래다. 토트넘이 순섭-벨을 헐값에 팔아버렸다. 이제 막 스페인 2부 리그로 승격한 팀으로 보내버렸다. 사실상 땡처리나 마찬가지다.
영국 매체 TBR풋볼은 22일(한국시각) '파비오 파라티치 토트넘 단장이 최고의 재능이라며 영입했던 순섭-벨이 이제 토트넘과의 작별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의 방식이다. 토트넘은 최근 수 년간 10대 후반의 재능 넘치는 유망주들을 꾸준히 영입해왔다. 거의 '수집' 수준이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이런 방식이 그대로 나타났다. 아치 그레이(18)와 루카스 베리발(18) 양민혁(18) 윌슨 오도베르(20) 등을 데려왔다. 베리발은 지난 1월에 영입을 확정했지만, 올 여름부터 팀에 합류했다.
이런 영입은 파라티치 단장이 주도한 방식이다. 토트넘은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수집한 '재능러'들이 EPL 1군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전반적으로 젊고 강한 구단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통해 리그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플랜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유망주들을 무작정 데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영입하는 선수가 있으면, 내보내는 선수가 필연적으로 나온다. 이 판단은 냉정하다. 조금이라도 가치가 떨어지거나 경쟁력이 뒤쳐진다고 판단되면 팔아버리는 것도 순식간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순섭-벨이다. 태국계 영국인인 순섭-벨은 원래 첼시 유스에서 재능을 발휘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2021년, 17세 때 1군 데뷔전까지 치렀다. 토트넘이 지난해 1월 이적시장 막판에 극적으로 영입했다. '미래자원 수집'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반 만에 순섭-벨은 토트넘과 작별하게 됐다. TBR풋볼은 미러지 소속의 댄 마쉬 기자의 보도를 인용해 '토트넘이 주드 순섭-벨을 스페인 팀 코르도바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곧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토트넘과 완전히 결별한다. 코르도바는 이제 겨우 스페인 2부리그로 승격한 팀이다. 토트넘과 비교할 수 없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순섭-벨이 처음 팀에 왔을 때 파라티치 단장은 "엄청난 재능이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재능이고, 기회가 있을 때 얼른 계약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순섭-벨은 1군 장벽을 넘지 못했다. 토트넘 U-21팀에서 34경기에 나와 14골-8도움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토트넘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결국 내보냈다. 양민혁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미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