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024년은 그에게 잊지 못할 한 해다. 최고령 A대표 발탁(33세333일), A매치 데뷔전(33세343일)에 이어 34세54일 만에 A매치 데뷔골도 신고했다. 거꾸로 가는 시계에 반향은 대단했다. 현 시점에서 한국 축구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데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초심을 잃은 것일까. 주민규(34·울산)가 흔들리고 있다. 경고음이 요란하더니 급기야 '대형 사고'를 쳤다. 그는 18일 안방인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과정도 최악이었다. 일곱살 어린 수원FC의 미드필더 이재원이 전반 37분 먼저 도발하며 쓰러뜨렸다. 그 순간 평정심을 잃었다. 주민규는 곧바로 이재원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VAR(비디오판독) '온필드리뷰' 끝에 색깔이 바뀌었다. 레드카드였다. 충돌은 그라운드의 숙명이다. 주민규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보복'은 절대 피해야 한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주민규의 일탈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더구나 그는 주장 완장을 차고 있었다. 결국 울산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원FC에 1대2로 패하며 '우승 경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요즘 울산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왕조의 시작'인 K리그1 3연패도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다.
2경기 만에 첫 패전의 멍에를 안은 김판곤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는 "예상치 않았던 사고가 났다. 그런 부분은 우승을 바라보는 팀으로서 더욱 성숙해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그렇게 나와도 인내하고 넘어가야 한다"면서도 "주민규에게 따로 해준 이야기는 없다. 지금은 서로 흥분한 상태라 말을 자제해야 한다. 등을 두드려줬다.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감독이 말을 안 해도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주민규의 돌출 행동은 최근 분위기도 반영된 듯 보인다. 그는 한 달 넘게 침묵하고 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골 맛을 본 것은 7월 13일 FC서울전(1대0 승)이었다. 8호골에서 멈춰선 주민규는 2021년과 2023년 거머쥔 득점왕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득점 선두 무고사(인천·13골)와는 5골차로 벌어졌다.
이 뿐이 아니다. '40(골)-40(도움)' 도전으로도 기대가 가득했다. 도움 한 개만 더 추가하면 K리그 통산 역대 23번째 '40-40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6월 26일 대구FC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달째 '아홉수'에 갇혀 있다.
물론 누구나 실수는 한다. '퇴장 하나'로 주민규의 현재를 재단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조규성(26·미트윌란)의 부상이 아니더라도 주민규는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의 첫 여정인 9월 A매치 2연전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왕 '늦게 핀 꽃'이기에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밟았으면 하는 바람의 목소리도 높다. 그것이 주민규 드라마의 완결판이다.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다.
"정말 오래 걸렸는데 이제와서 솔직히 이야기하지만 상처도 많이 받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어떻게 동기부여를 가져가야 되나 생각도 많았다. 그렇게 매 시즌 준비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 보니 결실을 봐 정말 기쁘다."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많이 생겼다. 팀에 도움되려고 헌신하고 노력하는 그런 부분들이 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주민규가 한 말들이다. 다시 한번 주워담아야 할 시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