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저희 입에서 '우승'은 절대 안 나올겁니다" 신중하지만 확실하게 '첫 우승'에 다가가는 강원

by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저희 선수들한테 물어봐도 그 대답 안 나올 겁니다."

강원FC 풀백 황문기는 '강원이 창단 첫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이같이 답했다. 윤정환 강원 감독이 18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에서 3대2 역전승을 거둔 뒤 아직 우승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황문기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특별히 높은 위치를 생각하지 않았다. 영광스러운 타이틀, 이런 것보다는 도전자 입장에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전 "아직 12경기가 남았다"고 말한 윤 감독은 경기 후엔 "아직 11경기가 남았다"고 말했을 뿐이다. 2위권과 승점차가 4점 벌어진 선두를 유지했지만, 선수단에는 리그 우승에 대한 들뜬 감정이나 김칫국을 마신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리어 이날 전반 21분만에 연속 실점하며 준비한 전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자책의 목소리가 더 컸다.

강원은 이렇듯 '우승', '트로피', '타이틀'과 같은 단어와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 애를 쓰는 눈치지만, 현재 리그 분위기상 강원의 창단 첫 우승, 나아가 K리그1 역사상 첫 시민구단 챔피언을 향한 기대감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치상으로 그렇다. 강원은 올 시즌에만 벌써 2번째 4연승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승점 50점 고지에 올랐다. 같은 라운드에서 2~4위인 김천(46점), 울산(45점), 포항(44점)이 모두 패하는 운이 따르면서 격차를 더욱 벌렸다. 강원은 구단 통산 K리그1 단일시즌 최다승(15), 최다승점(50)을 동시에 기록하는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팀 득점도 51골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2위인 울산 서울(이상 42골)과 9골차다. K리그는 승점-다득점-득실차순으로 순위를 산정하기 때문에 경기당 2골에 육박하는 폭발적인 득점력은 향후 순위 경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원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우승팀의 여러 요소를 갖추고 있다.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원팀' 정신이다. 강원의 새로운 별명도 '강한원팀'이다. 강원은 부족한 스쿼드를 조직력으로 메우고 있다. 광주전에서 전반 14분과 21분 연속 실점을 할 때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서클을 이룬 채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이날 멀티골을 넣은 코바체비치는 "'침착하자. 우리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 1위까지 올라왔으니, 똑같이 보여주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K리그 지도자들은 무더운 여름에는 전술, 기술보다는 간절함이 더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강원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매경기 비슷한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는 팀 중 하나다. 황문기는 "더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선 매 경기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윤 감독의 용병술을 빼놓을 수 없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쌓은 경험과 선진축구에 대한 열망 등을 바탕으로 '수비적인 강원'을 1년만에 '공격적인 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미드필더 이기혁과 황문기를 각각 센터백과 풀백으로, 풀백 이유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칙 기용한 것도 대성공을 거뒀다. 지도자에게도 흔히 기세라는 게 있다고들 한다. 지금 윤 감독은 뭘 해도 되는 타이밍인 것 같다. 울산으로 이적한 야고와 장기부상 중인 가브리엘의 이탈에 대비해 여름 영입한 코바체비치와 헨리는 광주전에서 각각 2골과 1골을 넣으며 대역전승에 일조했다. 김경민도 빠르게 녹아들었다. 영입생들의 활약 덕에 김이석 김대우 가브리엘 등 주요 자원들의 장기 부상에도 팀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

확 늘어난 관중은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광주전에는 강원 역대 홈구장 최다 관중인 1만3170명이 찾았다. 강원이 배출한 '고교특급' 양민혁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위해, '선두팀' 강원의 공격 축구를 만끽하기 위해 찜통더위에도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윤 감독은 "승리의 원동력은 서포터스에서 목청 터지듯이 응원해 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의 말대로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남은 11경기에선 어떠한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첫 우승을 위해선 '죽음의 4연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6위 서울(24일·원정), 5위 수원FC(9월1일·홈), 3위 울산(13일·원정), 4위 포항(22일·원정)을 잇달아 상대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