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대급이다.
매년 치열한 강등전쟁이 펼쳐졌지만, 2024시즌만큼 시계제로 양상이 펼쳐진 적은 없다. 지난 주말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를 통해 흐름은 더욱 혼탁해졌다. 강등권인 10~12위팀이 모두 승리하고, 8~9위팀이 나란히 패하면서 강등권 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19일 현재 9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28), 10위 대전하나시티즌, 11위 대구FC(이상 승점 27), 12위 전북 현대(승점 26)가 승점 2점을 사이에 두고 격돌하고 있다. 특히 인천(29골), 대전(28골), 대구(27골)는 다득점에서도 불과 1골씩 차이다. K리그 순위는 승점-다득점-골득실차순으로 정해진다. 여기에 2연패에 빠진 8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32)도 강등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말그대로 피말리는 생존경쟁, 잔류를 이끌 '키맨'은 있다. '돌아온 해결사'다. 전북은 17일 홈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극적인 2대1 승리를 거뒀다. 2연패에서 탈출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주인공은 권창훈이었다. 지난 1월, 수원 삼성을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은 권창훈은 그동안 부상으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돌아온' 권창훈은 후반 54분 극적인 결승골을 폭발시키며, 꼴찌로 추락한 팀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겼다. 국가대표 출신 권창훈의 가세로 전북은 공격진에 큰 옵션을 더했다.
대전도 같은 날 홈에서 인천을 2대1로 잡았다. 역시 극장승이었다. '돌아온 골잡이' 구텍이 주연으로 나섰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51분 구텍이 극장골을 넣었다. 구텍은 대전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구텍은 지난 시즌 장기 부상을 딛고 개막전부터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인천과의 4라운드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5개월만의 복귀전, 구텍은 공교롭게도 마지막 상대였던 인천을 상대로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싹 바뀐 대전이지만, 최전방은 고민이었다. 구텍의 가세로 마지막 퍼즐을 더했다. 대전은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하며 강등권 탈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6일 김천 상무에 3대0 대승을 거둔 대구의 중심에는 '전역생' 정치인이 있었다. 정치인은 후반 16분 경기에 쐐기를 박는 두번째 골을 터트렸다. 군전역 후 대구에 복귀해서 넣은 첫번째 골이었다. 대구의 고민은 마무리다. 세징야가 분전하고 있지만,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승점을 쌓지 못했다. 박창현 대구 감독은 정치인의 전역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막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꾸길 원하고 있다.
인천은 패하기는 했지만, 공격의 핵심인 제르소가 부상을 딛고 두 달만에 돌아왔다. 비록 득점하지는 못했지만, 스피드는 여전했다. 제주는 아직 데뷔하지 못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가진 남태희가 하루 빨리 공격라인에 가세하길 바라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시간이 걸릴거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최대한 빨리 투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제주는 올 시즌 최소 득점인 26골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K리그1은 최하위가 자동 강등하고, 10, 11위팀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강등권에 있는 팀들은 모두 득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골이 필요하다. 돌아온 해결사들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