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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를 거르자 스리볼에서 폭발, 저지 '가장 빠른 300홈런'...만화같은 시즌 연봉 544억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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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가 2년 전 FA 시장에서 애런 저지와 계약할 때 당초 제시액은 8년 3억2000만달러였다. 할 스타인브레너와 저지가 직접 만나 잠정 합의한 안이었다. 저지는 스타인브레너를 만난 직후 서부로 날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만났다. 래리 베어 CEO와 파란 자이디 사장, 그리고 게이브 캐플러 감독 등 구단 수뇌부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저지는 캘리포니아주 린든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는 그곳에서 불과 2시간 거리다. 그는 어릴 적 배리 본즈와 리치 오릴리아의 광팬이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가 제시한 조건은 9년 3억6000만달러. 연평균 4000만달러는 양키스와 같았지만, 계약기간이 1년 더 길었다. 저지의 에이전트 페이지 오들이 스타인브레너에게 전화를 걸어 자이언츠의 조건을 얘기했고, 그 자리에서 같은 조건을 이끌어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저지는 양키스 잔류를 내심 결정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방문해 14년 4억1400만달러를 제시받았지만, 애초 양키스를 떠날 생각이 없던 저지에게 샌디에이고는 그렇게 매력적인 구단이 아니었다.

AAV 4000만달러는 당시 타자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가 작년 말 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에 계약하며 저지의 기록을 깼지만, 순수 타자로는 여전히 저지의 연평균 몸값이 최고액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저지는 계약 첫 해인 작년 발가락 부상을 입어 두 달 가까이 결장하는 바람에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106경기에서 타율 0.267, 37홈런, 75타점을 때리며 건강할 때는 제 몫을 했다.

그리고 올시즌 저지는 몸값 기대치를 넘어 '커리어 하이'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을 세운 2022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MVP가 확실시되고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저지는 15일(이하 한국시각)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시즌 43호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162번째로 300호 홈런 고지에 올랐다.

저지는 6-2로 앞선 8회초 1사 1,2루 마지막 타석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스리볼에서 상대 우완 채드 쿨의 4구째 94.2마일 싱커가 몸쪽을 파고들자 그대로 끌어당겨 발사각 23도, 타구속도 110.1마일로 뻗어나가는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터뜨려 비거리 361피트 지점에 꽂았다.

앞 타자 후안 소토가 고의4구로 나간 직후에 나온 통쾌한 한 방이었다.

주목할 것은 300홈런 도달 속도다. 2016년 데뷔한 저지는 역대 가장 적은 경기인 955경기, 가장 적은 타수인 3431타수에 300홈런을 달성했다. 종전 최소 기록인 랄프 카이너의 1087경기, 베이브 루스의 3831타수를 모두 경신했다. 통산 1000경기 및 3500타수 이내에 300홈런을 때린 선수는 역사상 저지가 유일하다.

이날 저지는 3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 1볼넷을 올리며 10대2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저지는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게임에 조금 기여한 것 같지만,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이것이 우승으로 가는 길이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저지는 "지금까지 많은 위대한 일들이 위대한 선수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위대한 이름들을 댈 수 있을 것이다. 그 특별한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영광"이라며 앞서 300홈런에 도달한 전설들을 향해 경의를 표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애런의 활약상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손꼽히는 것들 중에 하나다. 그의 올시즌에 관해 역사적으로 얘기가 나올 것이다. 저지는 위대한 선수이고 위대한 리더다. 모든 사람들이 정말 흥분한 것 같다. 저지가 해낸 것"이라며 기뻐했다.

저지는 양 리그를 합쳐 홈런(43), 타점(110), 볼넷(102), 출루율(0.467), 장타율(0.707), OPS(1.174), OPS+(224), 장타(72), 루타(301) 1위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적용하면 올해 57홈런, 146타점을 때릴 수 있다. 저지는 타율 0.333로 이 부문 2위인데, 1위 캔자스시티 로열스 바비 위트 주니어(0.349)에는 불과 0.016 차이다. 양 리그 통합 타격 트리플크라운도 가능한 상황이다.

현대 야구에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시즌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도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연봉 4000만달러(약 544억원)가 너무 작아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