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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캐스퍼 일렉트릭·EV3..뚝심 전동화 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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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 전환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1년 전년 대비 109% 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2022년 57%, 2023년 33%로 증가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9%로 전망한다. 이처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자 GM,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전략을 연기하거나축소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완성차 업계가 줄지어 전동화 전략에서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뚝심 있게 기존 계획을 밀어 붙이는 완성차 제조사가 있다.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중형급 이상 전기차 라인업 구축에 전력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6, 기아 EV6, EV9을 투입했다. 가격대는 4000만원 중반대에서 시작했다. 이 가격은 내연기관 중형차는 물론 준대형차까지 구입이 가능하다. 사실상 전기차 대중화와는 다소 거리가 먼 라인업 구축을 위한 전략이었다.

다만, 2023년하반기부터 현대차그룹은 기아 레이 EV를 필두로 EV3, 캐스퍼 일렉트릭까지, 2000만~30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경·소형 전기차를 투입하고 있다.

기존 중형급 이상 전기차는 대체제가 많았다. 가격이 부담이라면 한층 저렴한 내연기관 중형차를 구매하는 카드를 소비자는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다. 내연기관 중형차는 출력이 부족한 것도, 승차감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경·소형차는 얘기가 다르다. 기존 내연기관을 탑재한 경·소형차는 체급의 한계가 명확했다. “경·소형차는 불편해서 못 타겠어”라는 말은 부족한 출력과 가벼운 승차감에서 비롯된다. 차체 크기를 줄인 만큼 탑재할 엔진도 작아졌다. 작은 엔진은 출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불편을 야기하곤 했다. 고RPM 위주로 차량을 주행하다 보니, 경·소형차의 이점인 연비가악화하는 경우도잦았다.

전동화 경·소형차는이런 불편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레이와 레이 EV를 비교하면 경·소형차 전동화의 이점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레이에 탑재되는 1.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를 발휘한다. 4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며 나타나는 출력 손실은 덤이다.

레이 EV는 최고출력 87마력(64.3kW), 최대토크 14.9kg.m를 발휘하는 싱글 모터를 탑재한다. 출력상 우위를 점할 뿐 아니라, 곧바로 최대토크를 발생시키는 모터의 특성이 더해져 출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 팩이 차량 하부에 깔리면서 덤으로 얻는주행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자동차 업계의 키워드는 '전기차 캐즘(Chasm)'이다. 캐즘이란새로운 제품이 겪는 일시적인 침체기를 말한다. 얼리어답터로 시작해 대중화하는과정에서 성장 지연이 발생하는 것이다. 얼리어답터라면 기꺼이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신기술을 경험하지만, 대중은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이 나오길 기다린다.

현대차그룹의 발빠른 저가형 전기차 투입과 달리경쟁글로벌 제조사는 비교적 고가의 전기차 라인업만을 완성한 채, 저가형 전기차 투입을 미루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건 고가의 전기차 라인업만 제시한 완성차 업계의 탓이 아닐까. 기아는 지난달 25일부터 소형 전기 SUV EV3 판매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 1일까지 일주일 만에 2000대 가까운 차량이 팔려나갔다.

EV3의 특징은 소형차라는 체급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2(HDA2)는 물론 360도 서라운드 뷰 등 대형 전기 SUV EV9에 적용된 옵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전기차 캐즘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계가 저가형 전기차 투입을 미룬다고, 시장이가만히 기다려주지않을 것이다. 이미 중국의 신생 전기차 제조사가 저가형 전기차 출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다음으로 투입되는 전기차는 기아 EV4다. 기존 준중형 세단 K3를 대체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뚝심있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어떤 전환을 만들어낼지 관심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