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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란→난민→불가리아…태권도 알리자데 '여성의 자유'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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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바꿔 세 번째 올림픽 출전…"투쟁하는 여성들 자랑스러워"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동메달리스트 키미아 알리자데(불가리아)에게는 이번 대회가 세 번째 출전한 올림픽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런데 출전할 때마다 알리자데의 소속은 다 달랐다.
동메달을 딴 첫 올림픽에서 알리자데는 이란을 대표했다.
알리자데의 동메달은 이란이 1948년 올림픽에 참가한 이래 68년 만에 여자 선수로선 처음으로 획득한 메달이었다.
그러나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그는 난민팀의 일원이었다.
2020년 1월 알리자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란에 만연한 여성 차별과 억압에 이유로 들었다.
독일로 향한 알리자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결정한 난민팀 소속으로 치른 도쿄 올림픽 여자 57㎏급 첫 경기를 잊지 못한다.
당시 알리자데의 상대가 이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나히드 키야니찬데였다.
알리자데는 히잡을 쓰고 출전한 예전 동료를 18-9로 눌렀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불가리아 대표팀에 동메달을 하나 안겼다. 올해 불가리아 시민권을 획득한 그는 더는 난민이 아니다.
알리자데는 8일(현지시간) 체급 내 최강자로 꼽히는 중국의 뤄쭝스(세계 랭킹 1위)와 만난 3위 결정전에서 접전 끝에 라운드 점수 2-1(0-0 0-4 6-5)로 이겼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알리자데는 "난 아직도 이란의 아이다. 이란이 아직 내 마음에 있다"면서도 "불가리아를 대표하게 돼 영광스럽다. 내 여정을 정말 열심히 지지해줬다"고 밝혔다.
알리자데는 도쿄 올림픽 당시 키야니찬데를 꺾었던 순간을 돌아보며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알리자데는 이번 대회 첫판인 16강전에서도 키야니찬데와 적으로 마주했다.
이번에는 키야니찬데가 라운드 점수 2-1(7-10 6-5 7-7)로 이겼다.
키야니찬데는 승승장구에 결승까지 올랐으나 우리나라의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에게 막혀 은메달을 땄다.
둘의 특별한 관계를 돌아본 알리자데는 "정말 이상한 서사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한 명은 이겼고, 한 명은 졌다"며 "난 최선을 다했다. 키야니찬데는 내 최고의 친구라서 (졌지만) 난 기쁘다"라고 말했다.

알리자데는 키야니찬데와 관계가 스포츠가 아닌 '정치' 영역에서 해석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에서 인권을 위해 거리로 나오는 여성들을 지지한다고 힘줘 말했다.
알리자데는 "이란에서 그렇게 활동하는 여성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자기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난 지금의 이란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생각에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자유"라며 "전 세계의 모든 여성은 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라고 덧붙였다.
이란 대표팀에서 활동하는 키야니찬데를 '최고의 친구'라고 표현한 알리자데지만 동석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걸로 보인다.
시상식이 끝나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우승자 김유진과 동메달리스트 스카일러 박(캐나다)만 참석했다.
이란을 매개로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두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두 선수가 경기 외적인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