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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태권도 김유진의 우여곡절 파리 여정…먼 길 돌아 '금빛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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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대륙별 선발전 뚫고 출전권 획득…16년 만의 여자 57㎏급 금메달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은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태권도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낮다.
김유진은 세계태권도연맹(WT)이 대회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랭킹에서 여자 57㎏급 24위다. 김유진보다 국제대회 등을 통해 실적을 낸 선수가 23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지난 8일(한국시간)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준(20·경희대)은 세계 5위다. 9, 10일 출격하는 서건우(20·한국체대)와 이다빈(27·서울특별시청)은 4위다.
김유진을 뺀 나머지 선수들은 이른바 '세계 정상급' 선수들임이 랭킹으로 증명된다.
이 선수들에게는 자동으로 이번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졌다. WT가 각 체급 랭킹 5위 안쪽에 들어간 선수들에게는 파리행 티켓을 줬다.
그래서 본래 우리나라에서 일단 올림픽에서 경쟁하는 게 확정된 체급은 3개뿐이었다. 나머지 한 장은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가져왔다.
대륙별 선발전은 남녀 각각 2장 미만의 출전권을 딴 국가만 출전한다. 이에 따라 한국이 확보할 수 있는 티켓은 여자부 1개 체급이었다.
이때 대륙별 선발전에 어느 체급에 누구를 내보내야 할지 놓고 대한태권도협회는 고민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가 두 차례 회의를 거쳐 표결도 했다. 협회는 '대륙별 선발전 통과 가능성'에 중점을 둔 걸로 알려진다.
올림픽 본선에서 경쟁력, 세계 랭킹 등도 분명히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하지만 그런 기준으로 정한 선수가 결과적으로 대륙별 선발전을 뚫지 못하면 이런 논의·분석 과정도 의미가 없다.
위원회는 체급별로 우리나라 선수들의 랭킹, 기량뿐 아니라 경쟁자인 외국 선수들의 기량까지 따져봐 여자 57㎏급을 골랐다.
이후 별도 내부 선발전을 치렀다. 이를 통과한 선수가 김유진이다.
김유진의 대륙별 선발전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태권도협회를 비롯한 태권도계는 불안에 시달렸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치면서 점차 종목이 세계화되는 가운데 종주국으로서 경쟁력과 위상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져서다.
게다가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가 국가별 출전 선수 제한 규정이 사라진 뒤 역대 최소 인원인 점도 태권도계의 걱정을 키웠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은 메달이 특정 국가로 쏠리는 것을 막고자 2012 런던 대회까지는 국가당 남녀 2체급씩,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명이 출전할 수 있었고, 한국은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5명, 2020 도쿄 대회에 6명이 출전했다.

파리 대회도 도쿄 대회 수준의 선수단을 파견할 걸로 예상했으나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 랭킹 외 WT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시리즈 랭킹, 대륙별 선발전 등을 통해 파리행 티켓이 배정됐다.
하지만 한국 태권도는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시리즈에서 단 한 장도 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출전권 한 장이 귀중했다.
협회의 기대를 받은 김유진은 지난 3월 아시아 선발전 4강에서 캄보디아의 줄리맘을 라운드 점수 2-0(15-5 12-1)으로 완파하고 이 대회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김유진은 지난 6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체급 선정, 국내 선발전을 거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며 "대륙별 선발전까지 가게 되면서 해내고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김유진은 그간의 고생을 생각하더니 "오히려 올림픽 본선이 별것 아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자체 선발전-대륙별 선발전으로 이어지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김유진은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9일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이 체급에서 금메달을 챙긴 건 2008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이다.
이로서 한국 태권도는 남자 58㎏급의 박태준에 이어 이틀 연속 금빛 낭보를 접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노골드'의 아픔도 제대로 씻어냈다.

pual0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