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양상문 코치 합류가 채은성 살린 거야, 뭐야.
프로야구 선수가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오르락 내리락 페이스가 왔다갔다 한다. 아무리 잘 하는 선수라도 슬럼프가 올 때가 있고, 또 레벨이 있는 선수라면 죽을 쑤다가도 살아나기도 한다.
한화 이글스 캡틴 채은성의 올시즌 초반은 험난했다. 지난해 총액 90억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고 입단해, 올해 주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개인 부진에, 팀은 개막 직후 7연승 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감독까지 교체되는 충격을 맞이했다.
그런데 전반기 도저히 살아나지 못할 것 같은 채은성이 그 한을 풀듯, 미친 듯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8일 삼성 라이온즈전 멀티 홈런에 4안타를 폭발시켰다. 한화 이적 후 첫 4안타 경기. 타점도 4개나 쓸어담았다.
8월 치른 6경기는 'MVP급 모드'다. 멀티홈런 2경기에, 5타점 경기와 4타점 경기 2번이 있었다. 이번 삼성 3연전은 매경기 2루타도 포함돼있다. 최근 10경기로 따져보면 타율 3할8푼6리에 7홈런 21타점을 쓸어담았다. 4월 1할8푼8리 1홈런, 5월 2할4푼 2홈런, 6월 2할6푼2리 2홈런 타자가 갑자기 이렇게 변신해버리니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진다.
물론 채은성이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겠지만,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바로 양상문 투수코치가 한화에 합류한 후 채은성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후반기 시작부터 양승관 수석코치와 양상문 투수코치를 새롭게 합류시켰다. 양 코치가 처음 한화 유니폼을 입은 게 지난달 9일. 그 전까지 7월 열린 전반기 마지막 3경기에서 안타도, 홈런도, 타점도, 볼넷조차도 없었던 채은성인데 7월10일 키움 히어로즈전 안타를 치기 시작하더니 7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7월19일 KIA 타이거즈전 하루 쉬고, 또 남은 7월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리며 점점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7월 말부터 홈런과 타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양 코치는 투수 코치이기에 채은성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두 사람은 사실 엄청난 인연이다. 양 코치가 LG 트윈스 감독일 때 무명의 채은성을 중용했다. 채은성의 클러치 능력, 그리고 매사 성실한 모습을 눈여겨보고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점찍은 것이다. 오죽했으면 당시 채은성의 별명이 '양은성'이었을 정도. 양 코치의 양아들이라는 의미였다. 양 코치는 2014년 채은성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쳤을 때 그 기념구에 직접 '대선수가 되세요'라는 메시지를 적어 건네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양 코치의 전폭적 지지 속에 LG의 중심타자로 성장했고, 결국 90억원 FA 계약까지 따내는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 은사 양 코치의 존재만으로도 채은성은 든든했던 것일까. 이유가 뭐든, 채은성이 이렇게 살아나주면 한화와 김 감독, 양 코치 모두 너무 기쁜 일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