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게 30세이브 경력 투수의 관록이구나!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양팀은 연장 11회까지 1점도 내지 못하며 팽팽한 승부를 버렸다. 팽팽한 실이 뭔가 끊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드는데,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느낌의 숨막히는 경기였다.
그 균형이 12회초 깨지고 말았다. KIA 2루수 홍종표의 치명적 실책이 죽어가던 KT의 숨통을 틔워줬고, 여기에 흔들린 KIA 투수 전상현은 황재균에게 2사 2루 상황서 통한의 적시타를 얻어맞고 만 것이다.
KT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미 가장 믿는 불펜 박영현, 김민, 김민수를 다 써버렸기 때문. 누가 나와도 심장이 뛸 수밖에 없는 12회말 1점 세이브 상황. 엔트리에는 성재헌, 이상동, 주권이 있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의 선택은 베테랑 우규민이었다.
이렇게 살 떨리는 순간에는 구위도 중요하지만, 일단 존 안에 공을 넣을 수 있는 강심장이 필요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우규민이 적임자일 수 있었다.
이 감독의 선택은 대적중했다. 2007년 LG 트윈스 소속으로 30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출신. 정교한 제구로 KIA 타선과 싸웠다. 1사 후 한준수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침착하게 박정우와 박찬호를 범타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직구 구속이 무려 140km를 찍었다. 언더핸드 투수이고, 40세가 넘은 걸 감안하면 구속도 '회춘' 모드였다.
시즌 첫 세이브. KT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첫 세이브이기도 했다. 또, 2022년 5월22일 삼성 소속으로 세이브를 기록한 후 처음 맛보는 마무리의 맛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때 상대가 KT였다.
젊은 시절에는 밥 먹듯이 하던 세이브지만, 우규민과 KT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절체절명의 가을야구 경쟁을 하고 있는 KT인데, 최근 하락세를 딛고 선두 KIA와의 3연전 우규민의 세이브로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우규민도 이 세이브에서 자신감을 얻어 남은 기간 불펜진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자신감을 얻게 됐다.
우규민은 올시즌을 앞두고 2차드래프트를 통해 KT에 합류했다. 흐르는 세월을 막지 못하고, 삼성의 보호 선수 명단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할 법 했지만, 1라운드에 KT 선택을 받으며 아직 불펜 투수로 가치가 충분함을 알렸다. 올시즌 빠른 볼을 던지는 후배들에게 필승조 자리는 내줬지만, 그래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꾸준하게 해줬었는데 정말 중요한 타이밍에 천금 세이브로 KT에 큰 선물을 안겼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