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네가 감히 날 맞혀?'
투구를 몸에 맞은 양석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사과를 하기 위해 다가온 손주영에게 주먹을 쥐어보인 것.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경기, 두산은 1회말 공격에서 정수빈의 안타와 김재호의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LG 선발투수 손주영은 후속타자 제러드와 양의지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긴 후 2사 1,2루 상황에 양석환과 마주했다.
2014년 LG에 입단해 202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양석환과 2017년 LG에 입단한 손주영은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사이.
양석환은 손주영의 5구 째 공을 왼쪽 종아리에 맞고 말았다. 손주영의 손에서 공이 빠진 듯 했다.
공에 맞은 다리가 아팠음에도 양석환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장비를 풀어 1루로 걸어나갔고 손주영은 선배인 양석환을 향해 모자를 벗어 미안함을 전했다. 양석환도 목례와 함께 사과를 받아주며 상황은 끝이 나는 듯 했다.
손주영은 2사 만루 허경민을 3구 승부 끝에 1루 땅볼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공수교대 상황, 3루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손주영이 양석환을 향해 다시 한번 사과를 하기 위해 다가서자 양석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숨기고 있던 주먹을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선보인 것. 사구를 맞은 선배의 장난에 손주영은 웃음을 터뜨렸고 두 선수는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며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손주영이 2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손주영은 강승호와 김기연의 연속 안타와 이유찬을 야수선택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고 정수빈의 내야 땅볼과 김재호의 적시타로 2대1 역전을 허용했다.
1회 손주영에 사구를 맞았던 양석환은 2사 만루 기회를 살려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양석환은 2S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손주영의 가운데 몰린 147㎞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3타점 2루타를 날렸다. 양석환의 싹쓸이 2루타로 두산은 2회 5득점의 빅이닝을 완성했다.
이닝이 끝난 후 수비 위치로 향하던 양석환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5실점하며 씁쓸한 발걸음을 옮기던 손주영의 얼굴을 마주한 것이었다.
1회때 손주영에 맞았던 사구를 싹쓸이 2루타로 되갚아준 양석환은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후배에게 조금은 미안했는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발걸음을 옮겼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 손주영을 지나치며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는 두산이 7대6, 한점차 승리를 거두었다. 8회초 1사 2루서 등판한 김택연이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