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드디어 살아나는 것일까.
KT 위즈 오재일(38)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7월까지 2할 초중반 타율에 그쳤으나, 8월 들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올해로 프로 데뷔 20년차를 맞이한 오재일은 KBO리그의 대표적 '슬로스타터'로 꼽힌다. 전반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후반기만 되면 귀신같이 살아나 장타를 터뜨려 왔다. 주전으로 본격 도약한 2016년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온 흐름.
오재일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106경기 타율 2할3리, 11홈런 54타점으로 주전 도약 이래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올 초 시범경기에서 3할 후반대 타율을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5월까지 시즌 타율이 2할대 초반에 그쳤다.
5월 말 박병호와 트레이드돼 삼성에서 KT로 둥지를 옮긴 오재일을 향한 시선은 엇갈렸다. 타석 수를 늘려가며 활약할 수 있는 KT에서 반등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긍정적인 시선과 지난해 커리어 로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에이징커브' 하강 곡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했다. 오재일은 전반기 타율 2할2푼9리에 그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후반기 들어 오재일의 방망이는 조금씩 힘이 붙는 모양새. 후반기 타율은 2할7푼8리로 전반기에 비해 좋은 편이다. 장타 수 역시 서서히 늘어나는 등 앞선 시즌 상승세에 접어들던 모습과 비슷한 흐름을 조금씩 타는 모양새다.
KT 이강철 감독은 오재일의 최근 컨디션을 두고 "완전히 올라온 것은 아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KT는 오재일과 마찬가지로 '슬로스타터'로 불린다. 매 시즌 초반 연패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다가도, 알게 모르게 승수를 쌓아가며 가을야구에 나서는 시즌을 반복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초반 부진을 딛고 중위권으로 올라섰지만, 최근엔 선발진이 흔들리며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타선의 힘, 중심 타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오재일이 최근 흐름을 이어간다면 KT의 가을야구 도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