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에 있어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모터다. 월등한 실력을 갖춘 최강자라고 해도 모터 성능이 받쳐주지 않아 맥을 못 출 때도 있고, 반대로 저평가된 하위권 선수라도 상급 모터를 만나 맹활약을 펼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모터 배정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터는 지난 22회차 5월 29일 수요 경주부터 실전에 투입된 신형 모터다.
이 신형 모터 도입을 위해 경륜경정총괄본부는 특별 전담 부서까지 운영하며 선수들의 개선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했다. 또 전문 제작사의 기술력까지 녹아들어 제작되었는데, 경주에 최적화된 저소음, 고출력 부품이 장착되었고, 선회력 감소 등 경기력이 저하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한 모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신형 모터가 도입된 이후 초반에는 73번 모터가 선수들에게 높은 활용도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고, 40번과 55번 모터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두 달여가 지나 출전 횟수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지금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번 모터, 착순점 8.055점으로 가장 돋보여, 다음은 81번, 67번 순
신형 모터가 투입된 22회차부터 지난 31회차(7월 31일~8월 1일)까지의 모터 착순점을 확인해 보니 8.055점을 기록한 19번 모터가 최우수 모터로 확인됐다. 19번 모터는 총 18회 출전하여 단 4회만 3위안에 들지 못했고, 나머지 15번을 모두 입상했다. 1착 11회, 2착 2회, 3착 1회를 뽐내며, 19번 모터와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에게 한 차례도 빠짐없이 우승을 안겼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능을 과시했다.
다음은 8.00점의 착순점을 기록한 81번 모터다. 22회차에 김기한이 배정을 받았고, 2위를 거둬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변별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잠재력을 갖춘 만큼 앞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더 돋보이는 모터는 차순위 67번 모터다. 착순점은 7.57점으로 81번 보다는 낮지만, 가장 큰 특징이 올해 6월 정식 경정 선수가 된 17기 신인 선수들에게도 입상을 안길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지난 28회차에 이현준이 67번 모터를 달고 2연승을 일궈냈고, 31회차에는 박지윤이 67번 모터로 프로 입문 이후 첫 연속 입상을 기록했다.
4위는 착순점 7.47의 27번 모터다. 27번 모터의 특징은 우수한 가속력과 선회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고, 배정받은 선수가 의지를 보인다면 언제든지 선두권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관심 모터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5위는 10번 모터다. 7.11의 착순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선회할 때 힘도 좋지만, 직선 가속력이 더 위력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임병준 쾌속정 팀장은 "신형 모터가 투입된 시점과 현재는 환경이 달라서 그동안의 점수와 기록을 맹신하는 것보다는 당 회차 호흡을 맞추는 선수와의 궁합을 우선해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동차 엔진과 같이 경정의 모터 역시, 해당 모터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까지 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선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모터의 성능이 개선될 여지가 있는 만큼 꾸준하게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