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결국 샐러리캡을 없애겠다는 신호탄인가.
KBO 지난 2일 샐러리캡에 대한 이사회 결과를 발표했다. KBO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지난달 31일 2024년 제3차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2025년 샐러리캡을 현행 114억2638만원에서 137억1165만원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합의한 것이다. 명칭도 '경쟁균형세'로 바꿨다.
무려 20%가 올랐다. 이 말인 즉슨, 선수 영입하고 연봉 올려주는 데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 구단들은 당장 눈 앞만 보며 달려가지 않는다. 내년, 내후년 선수 구성 등을 미리 다 계산해놓는다. 그래야 모기업에 그에 맞는 지원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당장 야구단에서 수십억원을 내놓으라 하면 어떻게 줄 것인가.
문제는 내년 예상 연봉을 맞춰보니, 지금의 샐러리캡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구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 등에 대비해 현실에 맞지 않는 샐러리캡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새 마음이 바뀐 구단도 있었다. 원래는 샐러리캡 증액을 반대하다, 그라운드 안팎 사정이 급변하며 돈을 써야하는 분위기가 되자 슬쩍 찬성표를 던졌다. 몇몇 강성 반대 구단들도, 강해진 다수의 목소리에 버틸 힘이 빠져버렸다고 한다.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인 키움 히어로즈는 그래서인지, 최근 선수 트레이드 전략을 지명권 획득으로 바꿨다. 앞으로 바뀔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촌극인가. 결국 자신들이 만든 약속을, 스스로 깨버린 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시절, 그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으X' 하더니, 이제는 숨통이 트였는지 욕심이 선수 영입에 욕심이 나는 구단들이 나오는 것이다. 사치세를 내면 되는데, 그건 죽어도 싫다.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사치세라는 단어가 모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물론 프로의 세계라는 게 돈을 많이 쓰는 구단이 유리해야 하는 게 맞다. 또 지금 샐러리캡을 정한 이사회 사장단 중, SSG 랜더스 민경삼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 얼굴이라 분위기가 바뀐 것도 좋다. 하지만 제도는 제도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현행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으면, 일단 지키고 그 다음 안을 논의하는 게 맞는데 몇몇 사정 급한 목소리 큰 구단들에 번갯불에 콩 궈먹 듯 이 중요한 제도가 바뀌는 게 프로라고 할 수 있을까.
재밌는 건 이번에 개정된 안도, 내년 바로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샐러리캡 생명은 내년까지다. 이번에 바꾼 건 액수만 증액을 한 거고, 내년에는 또 다른 논의를 할 수 있다.
물론 샐러리캡이 유지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렇게 마음껏(?) 돈을 쓸 수 있게 증액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뭐하러 거추장스러운 제도를 남겨놓을까.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이번 증액은 내년 샐러리캡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구단들의 의지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결국 억울한 건 최근 3년 샐러리캡 제도 속에 FA 자격을 얻어 계약을 체결하거나 팀 성적, 개인 성적 좋았던 선수들이다. 샐러리캡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개정안이 발표되자마자 몇몇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다는 웃지 못할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